“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고운 해야 솟아라”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고운 해야 솟아라”
  • 신정익 기자
  • 승인 2017.12.28 1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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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정유년, 오는 무술년…해넘이는 서쪽, 해돋이는 동쪽이 ‘장관’

[제주일보=신정익 기자] 세밑이다. 너 나 할 것 없이 가장 즐겨 쓰는 ‘다사다난’했던 정유년(丁酉年) 끝자락이 ‘초읽기’에 몰려 분주하다.

‘이런 일이 또 있을까’하는 큰일들이 해를 거르지 않고 벌어지면서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감회도 저마다 남다르다.

그래서 이맘때면 장엄한 해넘이를 보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드는 시간들을 돌아보고 내일이면 다시 떠오를 희망의 붉은해를 기대하곤 한다.

제주섬은 해넘이와 해돋이를 즐길 수 있는 명소들이 즐비하다. 동쪽은 일출, 서쪽은 일몰이 장관이다.

해안도로뿐만 아니라 중산간 오름을 제대로 찾아가면 해넘이와 해돋이를 한 곳에서 오롯이 가슴에 담고 온다.

 

#‘영주십경’ 중 2경 ‘사봉낙조’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을 달래고 내일이면 밝아올 새해 첫날을 기대하면서 마지막 기운을 태우는 일몰을 볼 수 있는 곳들은 대체로 서부지역에 많다.

그렇지만 영주십경(瀛州十景) 중 제2경인 ‘사봉낙조(紗峰落照)’를 빼고 해넘이를 얘기할 순 없다. 형제처럼 곁에 있는 별도봉과 함께 사라봉은 제주시내에 있어 시민들이 편하게 찾는 오름이다.

이들 오름에서 보면 동쪽 오름 능선과 한라산 자락을 따라 한 해를 달려온 해가 용담 해안도로를 넘어 서쪽 애월 앞바다 속으로 쑥 내려가는 모습은 넋을 빼놓기에 충분하다. 이에 맞춰 제주의 북쪽 바다와 하늘은 붉은빛으로 하나가 돼 경계를 지운다.

바다로 시원하게 열린 조망 덕에 제주시가지와 제주항, 탑동을 거쳐 용담해안도로로 이어지는 해안 곡선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우리나라의 어느 노정객은 “동쪽에 떠오르는 해도 아름답지만 정말 아름다운 건 석양에 이글거리는 노을”이라고 했다. 노을이 품은 에너지도 만만치 않다는 얘기였을 것이다.

 

#수월봉‧자구내포구 일몰 ‘명품’

한경면 고산리 수월봉의 해넘이도 압권이다. 제주지도에서 가장 서쪽에 있는 차귀도를 스쳐 해가 바다로 떨어질 때 쯤 주변 바다는 온통 붉은빛으로 물든다. 형언할 수 없는 감동과 감회가 함께 온다.

수월봉에서 내려와 지척에 있는 자구내포구로 가면 다른 느낌의 해넘이가 기다린다. 차귀도에 걸려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를 보면서 잠시 감상에 젖을 수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31일 차귀도의 해넘이 시간은 오후 5시 38분으로 마라도와 함께 전남 신안 가거도(5시 40분)에 이어 두 번째로 늦다.

풍력발전기와 빨간등대가 다소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어내는 용수해안도로 인근도 일몰 분위기가 그럴듯한 곳으로 꼽힌다.

 

#서귀포시 고근산도 명소

모슬포로 향하는 해안도로는 어디에서나 그림 같은 일몰을 만날 수 있는 명소들로 연결됐다.

송악산 정상은 가파도와 국토 최남단 마라도를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새벽에 동쪽으로 눈을 돌리면 일출이, 해질녘엔 검붉은 불덩이가 바다로 빠지는 것을 넋을 놓고 마주하게 한다.

서귀포시내로 접어들기 전 신시가지 북쪽에 있는 고근산도 해넘이를 즐기기엔 그만이다.

해가 넘어갈 때 쯤 정상에 서서 산방산 너머 송악산과 가파도, 마라도를 휘 둘러본 후 한라산으로 눈을 돌리면 거기 파스텔톤의 붉은 노을이 꿈속의 풍경으로 착각하게 한다.

 

#대한민국 대표 일출 명당

제주섬, 아니 대한민국의 새해 첫 일출은 성산일출봉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영주십경(瀛州十景) 중 제1경이 ‘성산일출’이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성산일출봉 정상에서 여명의 수평선 위로 붉은 기운을 밀어내며 불쑥 올라오는 해를 맞을 수 있다면 엄청난 행운이다.

이 장관을 보기 위해 매년 전국에서 많은 인파가 찾지만 아쉬움을 달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만큼 새해 첫 해를 눈앞에서 맞이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올해는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우려로 성산일출축제도 취소됐다. 그렇지만 성산일출봉 정상에서 태양신에게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일출기원제는 1월 1일 오전 6시 30분 봉행된다.

성산일출봉 주변은 어디든 해돋이 명소로 꼽힌다. 성산마을로 진입하는 터진목과 인근 신양리 쪽으로 광치기 해변, 섭지코지 등도 명당이다.

1월 1일 제주의 해돋이 시간은 성산일출봉과 표선이 오전 7시 36분으로 가장 빠르다. 가장 일찍 해가 뜨는 독도보다 10분 늦다.

 

#한라산 정상 해돋이 ‘압권’

대한민국 최고봉인 한라산 1950m 정상에서 맞는 해돋이도 압권이다. 한라산 아래 사이좋게 자리 잡은 360여개 오름과 구름 위로 솟아오르는 새해 첫 해는 환상적인 분위기마저 자아낸다.

제주도는 한라산 정상 해돋이를 감상하려는 탐방객들을 위해 1일 하루 오전 0시부터 입산을 허용한다. 성판악과 관음사 탐방로를 이용하면 된다.

 

#오름마다 다른 일출 분위기

조천읍과 구좌읍, 표선면 등 동부지역 오름도 일출명소가 된지 오래다.

다랑쉬오름과 용눈이오름, 지미봉, 따라비오름, 두산봉 등에서 맞는 일출은 성산일출봉에서 받는 느낌과 또 다르다.

먼발치 오름에서 희뿌연 어둠을 뚫고 얼굴을 내미는 새해 첫 해는 새벽 추위를 참고 기다린 보람을 느끼게 한다.

성읍리 영주산을 비롯해 동쪽 지역 크고 작은 오름들은 모두 저마다 탐방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해맞이의 장엄함을 선사한다.

서귀포시로 가면서 보목동과 법환동 바다에서도 기억에 남을 일출을 볼 수 있다. 안덕면 사계리 앞 형제섬 사이로 떠오르는 새해 첫 해도 손에 꼽는다. 해안도로에 차를 세우고 내리면 바로 일출을 만난다.

 

#마을마다 해맞이 다채

정유년을 보내고 무술년(戊戌年)을 맞는 도내 곳곳에서는 마을단위로 해맞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마을회는 1월 1일 오전 6시 거문오름 정상에서 일출제를 연다. 북촌리마을회도 서우봉레이더기지에서 북촌리 서모름 해맞이 행사를 개최한다. 조천리는 만세동산에서 새해맞이 신년행사를 마련하고 풍선날리기를 한 후 떡국을 대접한다.

추자면 돈대산에서도 무술년 추자 해맞이가 열린다.

서귀포시 대정읍 동일1리마을회는 오는 31일 오후 4시 다목적회관에서 동일일몰제를 갖는다. 달집을 태우고 소망풍등을 날린 후 떡국을 나눠 먹을 예정이다.

남원읍은 1일 오전 6시 태흥2리 해수풀장에서 ‘옥돔역 태흥 해맞이 축제’를 개최한다. 위미2리에 있는 자배봉과 하례1리에 있는 망장포구에서도 같은 시간 해맞이 행사가 진행된다.

또 표선면 영주산 일대와 정석항공관 주차장 일대에서도 1일 오전 6시 해맞이 행사를 시작한다.

같은 시간 하효마을 게우지코지와 고근산, 중문동 성천봉 정상에도 다채로운 해맞이 행사가 이어진다.

동홍동 솔오름과 예래동 군산에서는 1일 오전 6시 30분 해맞이와 일출제가 열려 새해 소원을 빌고 따뜻한 먹거리를 나눌 예정이다. 이날 오전 7시에는 남원읍에 있는 민오름에서 의귀리 해맞이가 남원읍 주관으로 열린다.

신정익 기자  chejugod@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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