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희망과 함께 가자! 파트라슈
2018 희망과 함께 가자! 파트라슈
  • 김경호 기자
  • 승인 2017.12.28 1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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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톡] 소년 네로와 늙은개 파트라슈 아름답지만 슬픈 이야기
플란다스의 개 스틸컷

선배와 커피를 마시다 “개와 관련된 영화가 없을까요”라는 물음에 선배는 “플란다스의 개”라고 주저 없이 답했다. 그 말에 문득 떠오른 어릴 적 기억 속 만화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누나들을 열광케 했던 들장미 소녀 캔디. ‘권선징악’의 명료한 테마로 악의 무리를 물리치는 SF 로봇물의 시초 마징가Z, 독수리 5형제, 은하철도999 등등.  줄거리·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이름, 그리고 그 만화의 주제가는 어지간해서 잊을 수 없는 불후의 명곡처럼 세대를 뛰어넘어 학교 체육대회가 열리면 자연스레 응원가가 될 정도였다.

 

책과 달리 형형색색 움직이는 화면은 인터넷이 없던 시절 무엇보다 강렬하게 다가왔고, 곧 그것들은 우리들의 손때 묻은 문화가 되었다.

 

학교 문구점에 들러 새로 나온 동그란 딱지들을 떼는 순간과 장롱 속에 무슨 보물 마냥 쌓여 가는 딱지들을 보며 흐뭇해 하던 시간, 그때만큼은 내 자신이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었다. 그러기에 어쩌다 그 모습, 그 이야기를 다시 접하면 오랫동안 못 봤던 옛 친구라도 만난 것처럼 반갑다.

 

그 중에서도 너무나 슬프고 충격적인 결말이라 아직까지도 기억에 생생한 애니메이션이 있다. 초원 위에 풍차가 돌고, 꽃길을 걸으며 랄랄라 랄랄라 ~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네로와 아로미, 그리고 잊을 수 없는 파트라슈.

 

벨기에의 한 지방 플란다스, 우유배달로 생계를 꾸려가는 네로와 할아버지는 우연히 버려진 개를 발견해 같이 살게 되며 우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무리한 노동으로 할아버지가 앓아눕게 되자 할 수 없이 네로가 어린 몸으로 가계의 부담을 떠맡게 된다. 하지만 결국 할아버지는 하늘나라로 떠나고, 네로에게는 점점 슬픔의 나날만.

 

미술대회에서 우승을 하면 상금도 받고 미술학교에도 진학할 수 있다는 유일한 희망을 품었던 네로에게 결과는 낙선. 게다가 집세를 못 내 쫒겨나고 모든 것을 잃게 된 네로의 발걸음은 자신도 모르는 새 대성당으로 향한다. 미사가 끝나 아무도 없는 성당에서 네로는 그렇게 보고 싶어 했던 루벤스의 작품 ‘십자가의 그리스도’를 마주하게 된다.

행복에 찬 네로 옆으로 파트라슈가 다가오고, 둘은 서로를 껴안으며 조용히 눈을 감는다.

 

시간이 흐르면서 학교가 파한 후 흙 묻은 몸을 씻지도 않고 TV 앞에 앉아 ‘플란다스의 개’를 보던 아이는 일이 끝나 지친 몸으로 TV뉴스에서 ‘플랜(Plan)다스의 계’ 소식을 접하는 어른이 되어버렸다.

 

보다 ‘어른다움’을 요구하는 현대 사회에서 이제 네로의 순수함은 받아들여지기 힘들다.

눈앞에 다가온 2018 무술년은 ‘황금 개띠’ 해다.

숨 돌릴 틈 없는 일상의 연속이지만 새해에는 가끔씩 짬을 내 추억의 만화 속으로 ‘동심의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김경호 기자  soulful@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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