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가치 키우는 창의융합 교육"
"기술의 가치 키우는 창의융합 교육"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12.2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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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진. 한국폴리텍대학 제주캠퍼스 학장/논설위원

[제주일보] 1990년 열 일곱 살의 어린 나이에 가난한 집안의 가장이 되어야만 했던 중졸출신의 용접기능공이 지금은 소기업 대표가 되었다. 과거 도전정신을 갖고 호주, 일본 취업도 감행하면서 경력개발을 통해 최고 용접기술자의 꿈을 키워온 그가 2013년 그의 나이 마흔 살이 되는 해부터는 폴리텍대학에 매년 천만원씩 장학금도 기부하고 있다. 대견스럽다. 미래의 내 모습에 대한 상상 없이 단순히 가난을 이겨내기 위해 돈을 벌기만 했더라면 어찌되었을까.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기술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남들이 기피하는 분야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과감히 도전하며 한 발 한 발 내디뎠기에 오늘의 그가 있다.

11월 통계에 의하면 청년실업률이 1999년 이래 전년 동시기 비교 최고치이다. 청년(15~29세) 100명 중 9.2명이 일자리를 갖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의 추이로 판단해보면 내년 졸업시즌이 되는 1/4분기의 청년실업률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더욱이 구직을 포기하는 실망실업자까지 포함하면 실질실업률은 더욱 높아진다. 일자리가 없어서일까. 중소기업의 일자리인 힘든 기술 근로의 현장은 외국인 근로자로 채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기업에서는 숙련 기술자 부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해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아 너도 나도 공무원이 되려하고 있고 대기업만을 선호한다. 그러다 보니 취업 준비를 위한 또 하나의 인생 주기가 생겨난 셈이다. 기술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공부가 안되니 기술이나 가르쳐야지, 배워야지 식이다. 적성이 맞아서도 아니다. 기술을 배우는 자기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기까지 한다. 그렇다고 부끄러워하는 그들만을 탓할 수 없는 현실이다.

최근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지식과 기술을 갖춘 사람, 협업과 공유의 가치를 존중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한 바 있다. 도전정신과 창의력을 갖춘 인재성장을 뒷받침할 전략의 하나로 창의융합 교육 강화 방안을 제시하였다. 창의융합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사고력 증진을 위한 토론·발표수업을 활성화하며 논리적 사고력 함양을 위해 소프트웨어(SW), 과학, 기술, 공학, 예술, 수학의 교과를 융합한 STEAM교육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초등학교는 ’19년부터 17시간 이상, 중학교는 ’18년부터 단계적으로 34시간 이상 SW교육, 즉 코딩교육을 의무화한다는 방침이며, 대학의 경우 창업교육, 기업가정신 교육을 지원 강화한다고 한다.

사회를 움직이고 변화시키는 역량 있는 인재의 육성은 가장 우선하는 정책이어야 한다. 장기적으로 지속성을 갖고 흔들림 없이 나아가야 한다. 의사결정자의 입맛에 따라 정책이 수시로 수립되고 폐기되어서는 안된다. 1990년대부터 차별 없는 능력중심사회 구현을 강조해오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산업간 경계가 무너지는 시대, 기존의 지식들이 융합하여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창의적인 인재가 요구되는 사회 변화 속에서 STEAM교육, 즉 융복합 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과거 주어진 특정 영역에서의 지식의 수직적 깊이를 지닌 장인정신이 요구되는 시대였다면, 오늘날은 학문, 교과간의 경계가 사라지는 통합적 지식 및 기술, 태도가 필요한 시대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과간 연결망을 통해 통합적, 창의적 문제해결 역량을 가진 학습자 중심의 교수-학습전략 대전환이 필요하다. 여전히 대학 입시중심의 교육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인재 육성을 위해 특정 교과를 추가 편성하는 것이 과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대학 진학을 진로목표의 중요한 지표, 성공적인 삶과 부(富)의 보장 잣대로 인식하는 문화가 불식되어야 한다. 성적에 의해 대학과 전공이 결정되고, 공부머리가 안되니 기술이나 가르쳐야지 식의 사회적 인식하에서는 4차 산업 시대가 요구하는 축적된 노하우를 가진 창의적 기술인재 확보가 어렵다.

인간은 내면과 외부 세계와의 관계에서 끊임없는 인지 구조화 과정을 통해 성장 발전한다. 어려서부터 융복합적 교육 환경을 통해 사고력을 기르고, 인간의 다중지능과 다양한 직업의 가치를 이해함으로써 기술의 가치를 인식할 때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다양성, 통합성, 유연성, 창의성, 협력성, 맥락성의 특성을 지닌 융합형 기술인재가 육성된다. 급변하는 불확실성 시대에 교육은 어떠한 사람을 키워낼 것인가의 물음에 대한 깊은 교육적 성찰이 필요하다. 학습자의 참된 가치를 발견하고 다중지능의 잠재적 역량을 발휘하도록 이끌어줌으로써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창의 융합형 인재가 길러지도록 해야 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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