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년(忘年)과 자각(自覺)
망년(忘年)과 자각(自覺)
  • 김현종 기자
  • 승인 2017.12.27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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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김현종 기자] 2017년 끝자락, 한 해를 보내는 송년(送年)의 시기다.

유독 굵직굵직한 사건사고가 많았기 때문일까. 일본 유래여서 권장하기는 저어하지만, 송년보다는 잊어버리자는 뜻의 망년(忘年)이 더 와 닿는다.

돌아보건대 올 한 해는 적폐 청산이 온 나라를 관통했다. 국정농단 사태의 결말인 박근혜 대통령 탄핵부터 조기대선, 문재인 정부 출범까지. 그것은 촛불민심의 발로였고, 오랜 폐단을 없애 나라를 바로세우라는 준엄한 명령이었다.

제주에서는 양돈폐수를 오랫동안 숨골에 배출해온 일부 농가가 적발돼 청산 대상으로 지탄받았다. 양돈산업의 악폐가 드러나면서 충격을 안겼다.

제주의 생명수이자 청정 환경자산의 대표 격인 지하수 오염에 대한 도민들의 우려와 분노가 극에 달했다. 도정은 ‘양돈장 적폐 청산 및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았다.

같은 맥락에서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파사현정(破邪顯正)’을 선정했다. 사악하고 그릇된 것을 깨고(파사) 올바른 것을 드러낸다(현정)는 의미다. 교수들은 “적폐 청산이 제대로 이뤄져 파사에만 머물지 말고 현정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파사현정이 2012년 1월 교수신문에도 채택됐던 점은 주목할 만하다.

다만 올해의 사자성어가 아닌 새해 기원을 담은 사자성어로, 대선의 해에 맞춰 무능한 정권에 대한 심판의 염원을 반영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박근혜 정권에 의해 염원이 허망하게 무너져 내리자 국민들이 정권 교체를 통해 다시 한 번 파사현정의 명을 내린 셈이다.

새해는 지방선거의 해다.

한해를 보내며 나쁜 일을 잊자는 망년은 좋지만 망각(忘却)은 안 될 일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입증했듯이 국민이 깨어있는, 자각(自覺) 없이는 현정은 고사하고 파사도 어림없다. 낡은 적폐가 사라진 자리에는 새로운 적폐가 똬리를 틀기 마련이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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