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택지 후보지, 꼭 공개할 필요는 없다
공공택지 후보지, 꼭 공개할 필요는 없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12.27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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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불과 2~3년 전만 해도 제주는 말 그대로 전역이 투기장이 됐다. 급격하게 진행된 개방의 여파는 곧바로 부동산 시장을 달궜다. 때 마침 제주 제2공항 건설계획까지 확정, 발표됐다. 제 2공항 후보지로 지정된 성산을 중심으로 촉발된 땅값 상승여파는 제주 전역을 휩쓸었다. 동시에 제주시 및 서귀포시 등을 중심으로 아파트 분양가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결국 지방정부인 제주도는 안정적인 택지공급 방안을 찾게 됐고, 이 과정에서 주요 지역별로 공공택지를 확보하는 계획이 마련됐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2015년 제주도의회 정례회에서 공공택지 개발추진 계획을 밝힌 뒤 당초 올 하반기 후보지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이에 앞서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공공택지 개발 타당성 용역을 실시해 지난 3월 제주시와 서귀포시 동지역 각 2곳을 비롯해 읍면지역 각 5곳 등 모두 14곳에 대한 후보지를 3배수로 잠정 결정했다. 그런데 제주도는 공공택지 수요와 공급 안정성, 수익성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한다면서 아직까지 공개를 미루고 있다.

제주도가 지금 견지하고 있는 입장은 일면 올바른 판단으로 보인다. 다 아는 것처럼 지금 제주도가 후보지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 실제 어지간한 사람들은 해당 지역이 어느 곳인지 꿰뚫고 있다. 이는 용역설명회 과정에서 후보지가 사실상 공개된 때문이다. 때문에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는 벌써 투기의혹이 제기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제주도가 공공택지 후보지 발표를 유보하면서 불거진 문제는 행정의 신뢰성 문제다. 우선 제주도의원들은 제주도의 이 같은 행태를 집중 질타했다. 내뱉은 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후보지 발표를 압박했다.

그런데 지금의 행정 신뢰성 실추는 결코 문제가 될 수 없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공공택지 후보지를 발표하면 또 따른 부작용이 불 보듯 자명하다. 후보지로 지정된 곳은 물론 인근지역까지 땅값이 요동칠 게 확실시 된다. 이 경우 부동산 투기를 근절시켜야 할 지방정부가 되레 앞장서 부동산 투기를 부추긴다는 비판여론에 직면할 것은 시간문제다. 특히 제주도가 공공택지 예정지를 발표하려면 적어도 예정지에 대한 개발방향 정도는 제시해야 하고, 이에 따른 자금조달 방안까지 내놔야 한다. 이 경우 이미 오를 대로 오른 땅값과 여기에 더한 개발 기대심리를 등에 업은 토지주들의 반발은 극한상황으로 치닫지 말란 법이 없다.

2년 전 공공택지 문제를 언급할 당시와 지금 제주는 상황이 너무 다르다. 지금 제주는 미분양 주택만 해도 1000호를 넘어서고 있다. 나아가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전국적으로 대규모 공공임대주택 공급계획이 속속 확정되고 집행되고 있다. 대출규제를 통한 강도 높은 아파트 투기억제책도 시행되고 있다. 주택시장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공공택지 후보지 공개가 꼭 필요한 것인지, 이를 상쇄할 이유는 얼마든지 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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