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과 다크투어리즘
제주4·3과 다크투어리즘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12.2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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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종흠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제주일보] 탐라(耽羅)로 불렸던 제주는 독립국가였으나 12세기에 탐라군이 되면서 침탈과 저항으로 얼룩진 비극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이민족과 중앙 관리들에 의한 침략과 수탈이 행해졌고, 이것은 20세기까지 이어지면서 아픈 상처를 곳곳에 남겨 놓았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제주가 겪은 수탈과 착취, 침략과 탄압의 역사는 극에 달했다. 미군에 대항하기 위해 섬 전체를 요새화하려는 왜인들은 현지인을 동원해 곳곳에 군사 시설을 설치했고, 그때의 흔적들은 고스란히 아픈 역사로 남았다. 1945년에 맞은 광복은 민족적 경사였지만 냉전이라는 국제 질서와 맞물려 커다란 혼란을 낳았다.

이는 6·25전쟁을 통해 남북 분단의 고착화로 이어졌는데, 이 과정에서 제주는 엄청난 고난과 고통을 겪었다. 제주4·3은 3만여 명에 이르는 주민이 학살당하는 유래 없는 폭거였음에도 아직까지 공식적인 명칭하나 없는 상태다. 4·3의 어두운 역사는 해결을 보지 못한 채 처절한 상처의 흔적만 섬 전역에 남아 있다.

어둠의 역사가 남긴 아픔의 현장을 탐방하면서 교훈을 얻고, 치유를 하며, 화해의 장으로 나가는 길을 찾는 다크투어리즘(Darktourism)은 문화산업의 한 분야인데, 제주는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최적의 공간이다.

제주에는 어둠의 역사와 아픔의 흔적을 간직하지 않은 지역이 없다고 할 정도로 다크투어리즘의 자원이 곳곳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문화산업의 발전을 위해 그 동안 제주도와 도민이 힘을 합쳐 노력한 결과 4·3을 비롯한 어둠의 흔적들이 복원되거나 보존되면서 이의 활용을 위한 기초적인 준비는 어느 정도 갖추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크투어리즘의 활성화와 다양한 활용을 위해서는 지금부터가 중요하며, 본격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부분으로 나누어져 존재하는 것들이 제대로 된 구실을 하면서 가치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체계를 가진 것으로 묶여 연결됨으로써 통일된 전체를 이룰 때 비로소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어 아름다운 전체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4·3은 다크투어리즘을 활성함과 동시에 제주를 우리나라의 다크투어리즘의 메카로 만들 수 있는 훌륭한 소재다. 4·3의 흔적은 제주 전 지역에 걸쳐 분포되어 있어서 이 주제로 모든 자료와 현장을 제대로 연결하기만 하면 우리나라 다크투어리즘의 전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4·3 관련 자료를 모두 모아 체계화함과 동시에 현장과 연결시켜 수요자에게 맞춤 정보 방식으로 제공할 수 있는 빅데이터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빅데이터가 없으면 유적이나 유물에 대한 효과적인 접근을 기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준비할 것은 관련 유적이 있는 공간과 개별적인 유물에 이야기를 입혀 공간스토리텔링을 구현함과 동시에 부분과 부분을 일정한 기준에 의해 결합시켜 하나의 테마로 제주 전역을 탐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이 준비되면 사물인터넷(IOT), 비콘(Beacon) 등의 첨단기술을 활용한 정보의 공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미래는 개별화, 개인화가 아주 빠르게 진행될 것이며 다크투어리즘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개별화된 장치를 통해 관련 자료를 공유하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정보의 공유가 증강현실을 통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안내판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는 아날로그 방식을 지양하고 비콘을 통해 동영상이나 애니메이션, 텍스트 자료, 인터넷 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전달함으로써 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관련 자료들을 맞춤 정보로 제공해야 한다.

이상의 것들을 중심으로 하는 제주4·3 문화 콘텐츠가 개발된다면 제주는 우리나라 다크투어리즘을 선도하는 핵심 지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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