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월성 교육' 수난을 보면서
'수월성 교육' 수난을 보면서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12.2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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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준. 서울제주도민회 자문위원·수필가 / 논설위원

[제주일보] “교직을 떠났지만 ‘수월성 교육’을 찬성합니다. 고교 평준화는 교육의 질을 저하시켜 인재를 양성할 수 없습니다. 수월성과 평준화를 꼭 같게 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획일화의 길입니다(전직 서울시 고교교장 O씨)”, “21세기 용은 길러야 나옵니다. 교육에 경쟁 원리를 도입하고 수월성의 씨앗을 뿌려야 합니다(D일보 대기자 S씨)”, “아이구! 외고나 과학고 갈려면 초등 때부터 과외해야 하니 사교육비 원흉입니다(학교행정실 공무원)”, “딸이 외고 나왔으니 이젠 관심없어요(전직 교육행정 P씨)”, “평준화 비난하지 마세요(교육부 직원).”

광화문 세종홀 근처 제주 사람이 운영하는 H식당에 10여 명이 모였다. 필자가 과거 서울시교육청 공보관실 재임시 같이 지낸 동료들이다. 당시 출입한 언론인도 함께한 자리에서 나온 얘기들이다.

서울시교육감이 1년 중 가장 고심하는 업무 가운데 1순위는 2월 초 ‘서울 후기고(일반고) 신입생 배정’이다.

공고, 상고, 전자 등 실업계(實業系) 고교는 학교별로 미리 뽑는다. 후기고교(인문계고교)는 전산 배정한다. 서울 200여 인문계 고교에 신입생 5만8000여 명이 대상이다. 늘 강남 8학군이 떠오른다. 언론의 사회면 머리기사로 나갈 정도로 관심이 집중된다. 8학군 지역에는 ‘좋은 고교’ 유명 입시학원, ‘대치동 엄마’ 등 교육 여건이 좋다는 이유 때문일까? 그 곳 고교에서 공부하면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있다는 고정관념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양극화 현상이라고까지 빈정댄다.

그럼 인문계 고교의 현장 교실은 어떠한가? 늘 듣는 얘기를 또 꺼내본다. 학군별 학교 배정 기준은 학생의 주소지, 고입연합고사 성적, 남녀 비율 등 여러가지 요인을 고려한다. 문제는 고입 성적을 안배하는 데서 나온다. 한 반(班)에는 고입연합고사 성적이 최하 110에서 최상 200점 학생들이 배정된다.

교과별 선생님은 어느 점수를 기준으로 삼아 가르쳐야 할는지 고심을 거듭한다. 그 반에 10여 명 정도는 학습 진도에 무리가 없으나 나머지는 출석에 의미를 둔다는 현장임은 모두 알고 있는 현실이다.

그래서 ‘우열반’을 편법 운영하기도 한다. 학생과 한부모의 반발이 심하다. 곧 평준화 시책이 맹점이라고들 한다.

‘수월성(秀越性) 교육’이 나타난다. 우리말 대사전에 없는 단어다. 그 중심 의미는 학생들로 하여금 다양한 활동 속에 가장 최선의 상태에 이르게 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아마도 평등이냐? 수월이냐? 대립 개념임은 확실하다.

교육부는 “외고와 국제고는 설립 목적과 다른 교육 과정 운영으로 공교육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교 서열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고, 국제고, 자사고 입시를 일반고와 동시에 실시하면서 일반고로 단계적 전환을 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고입 동시 실시가 골자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자율형 사립고(自私高)에서 반발이 심하다. “과거 정부(15년 전)의 요청으로 자사고로 전환했다. 사학에서 엄청난 돈을 투자했다. 이제와서 학생 우선 선발권을 박탈하고 획일적 평등 교육을 위한다는 명분에 수용할 수 없다”, “자사고가 폐지되면 일반고의 서열화가 가속화되고 강남 학군이 부활하게 된다”고 울분을 토한다. 교육을 놓고 상반된 주장이다. 이를 지켜보는 필자는 자사고 등의 수월성 교육 기능을 입시 학원이 대신하면서 사교육이 더 확산될까 걱정이다. 이제 수월성 교육이냐, 평등한 교육이냐를 두고 어느 한 쪽만을 일방적으로 강요할 문제가 아니다. 수월성 교육을 수행하면서 한편으로는 교육 기회의 평등 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국의 우수한 인적 자원이 곧 국제 경쟁력이다.

제주도의 경우 평준화 지역(주로 제주시) 고교에는 경쟁이 있는 것 같다. 비평준화 지역(읍·면)에도 고교 활성화 정책으로 수험생들의 고른 지원으로 모집 정원에 큰 걱정이 없다니 좋은 현상이다. 도민의 소득 수준 향상과 제주 교육! 정비례 현상에 큰 박수를 보내면서….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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