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날씨 예보
2018 날씨 예보
  • 제주일보
  • 승인 2017.12.2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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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호. 시인 / 전 중등교장 / 칼럼니스트

[제주일보] “내년엔 날씨가 어떻게 될 것 같아?”

12월엔 송년모임이 많다. 송구영신(送舊迎新)의 덕담들을 술잔에 섞어 주고받으며, 흔히 하는 질문이다. 틀려도 그만, 맞아도 그만이라며 아주 믿으려 하지 않는 것이 일기예보라나, 그러며 1년 날씨를 미리 알아보자는 속뜻은 무엇일까? 2018에는 지방정부 및 의회선거가 있다는 것을 술잔들이 몰라서 나온 말은 아니다.

술자리에서는 일부러 내뱉는 오답들이 웃음을 더 자아낸다. 말귀 먼 술잔 하나가 아는 척 한다. 일기예보는 기상학에 바탕을 둔다. 모든 과학이 그렇듯이 기상학도 관찰·측정에서 출발한다. 초등학교 교정 한쪽귀퉁이에는 골프코스그린처럼 잔디밭이 있고, 그 위에 백엽상이 있다. 그 속에는 온도계가 있고, 그 위에는 풍향계가 있다. 관찰·측정기록을 놓치면 장학지도 지적을 받는다. 아니라니깐! 요즘은 인공위성이 자료를 보낸다 말이다. 그 자료로 예보하고 있으니 상당히 정확하거든, 내말 맞지? 에헤! 그게 아니지. 국지성이란 말, 알아 몰라? 달리는 말 한쪽 귀만 적신다 하잖아? 다른 술잔이 한수 띄운다. 아니지! 돌담 위에 앉은 여우의 한쪽 콧구멍엔 홍수를 내고, 다른 콧구멍엔 가뭄 들게 하는 게 소낙비거든. 근데 말이지. 우리가 이 나이에 이런 걸 모르고 살면 단명하나? 그럼 무슨 얘기 할 건데? 제발 정치 얘기랑 하지 말자. 거긴 정답이 없다, 없어. 술맛 떨어진다. 어떻든, 내년엔 지자체 선거가 있는 건 맞지?

제주교육삼락회는 퇴임한 제주도 초·중등교원들의 모임이다. 이 모임에서 월전(月前)에 충청북도 탐방을 다녀왔다. 참으로 놀라웠다. 예전에 다녀보지 못한 새로운 곳이 모두 인공적 관광환경이었다. 만천하스카이워크는 엎어놓은 소라처럼 원추형으로 계속 하늘속으로 걸어 올라가게 시설 되어 있었는데, 전국에서 구름처럼 몰려든 관광객들, 그들 속에서 유리널판 끝에 서니 눈 아래 산과 호수는 산수화 한 폭이었다. 산막이 길에서. 유격훈련장의 밧줄다리를 오금 절이며 지나고, 숲속길을 걸으면 이어지는 곳이 호수 위에 띄운 부표(浮漂)다리이다. 출렁거리며 애써 건너면, 호수를 안은 절벽에 붙여놓은 잔교(棧橋)로 이어진다. 나룻배유람(遊覽)이 마중 나와주니 전혀 지루하지 않은 올레길코스이었다. 또 다른 호수잔교 입구에는 ‘습정투한(習靜偸閑)’이 유리판바닥에 쓰여 있었다. ‘고요함을 드리니 그에 익혀서, 자신의 마음속 한가로움을 훔쳐내어 보시라.’ 걸으며 나름대로 풀이해 본다. 걸음을 재촉하는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귀향길 느낌은 한 가지. 아! 이제는 내 고향 제주의 관광환경순위는 얼마나 곤두박질되고 있을까.

오영훈 국회의원 주최, 입법지원을 위한 토론회가 있었다(12월 15일/제주경제통상진흥원). 주제는 ‘세계자연유산 제주, 어떻게 보전할 것인가?’ 제주 미래의 원동(Momentum)을 지속시키려는 발상 아닌가. ‘제주국립공원 지정 추진현황과 향후 과제(발제1)’ 및 ‘세계자연유산 관람료 부과 징수 및 재원활용 방안(발제2)’에 따른 다섯 토론자에 이어서, 다양하고 날카로운 방청질의까지 수렴하였다. 도의회의원들 모습이 없음은 옥하금뢰(玉瑕錦纇)로 눌러봐주자.

좌장(座長)으로서 토론진행을 자연스레 끝맺음 한 후, 오영훈 의원이 필자에게 귀엣말로 건넸다. “속도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렇다. 속도는 시간요소를 포함한다. 4차원의 문제이다. 가닿기는 해야 할 일인데, 언제 닿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격화소양(隔靴搔癢)의 답답함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정답이었다.

제주일보 기자  isuna@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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