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일보=고선호 기자] 바다를 끼고 살아가는 이들은 항해에 실패해 목적지를 잃고 바다를 떠도는 일이 잦았다. 이를 표류라 한다.
제주 사람들은 중국이나 일본, 유구(지금의 오키나와), 안남(베트남), 여송(필리핀) 등지로 떠밀려 갔다가 돌아오곤 했다. 그와 반대로 외국 사람이 제주에 표류한 사건도 있었다.
표류는 예고되지 않은 뜻밖의 사건이다. 무계획적인 일련의 사건을 겪는 탓에 표류기는 여타 기록과는 달리 역동적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그것은 살아남은 자들의 기록이다. 언제 어디서 바다로 표류하게 됐는지, 어떤 위험을 겪었는지, 어떻게 고향으로 돌아가게 됐는지가 자세히 담겨있다.
제주 문화계에서 잔뼈가 굵은 진선희 한라일보 기자는 이 같은 표류의 본질에 주목해 ‘제주바당 표류의 기억’을 펴냈다.
제주 애월 사람 장한철부터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인 네덜란드인 하멜까지 조선시대에 벌어진 표류 기록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다룬다.
저자는 “제주에 얽힌 표류 기록을 통해 밖을 향해 열려있던 제주 사람들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며 “표류를 기약 없이 떠도는 부정적 의미로만 한정지어선 안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선호 기자 shine7@jejuil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