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수당과 고교 무상교육
아동수당과 고교 무상교육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12.20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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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열. 제주대학교 실버케어복지학과 교수/논설위원

[제주일보] 문재인 정부는 지난 7월에 100대 국정 과제를 발표했다. 미래 세대 투자를 통한 저출산 극복과 유아에서 대학까지 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과제의 주요 내용에는 아동수당을 내년 7월부터 소득수준과 무관하게 0~5세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지급하고,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2020년부터 단계적 실시를 통해 고등학생 입학금, 수업료, 학교 운영 지원비, 교과서비를 지원하는 등 2022년에 완성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아동수당제도는 미래 세대인 아동에 대한 사회적 투자인 동시에 모든 아동이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다. 모든 아동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위해, 그리고 아동 양육에 대한 국가 책임성을 강화하고 가계의 양육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다. 아동수당제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35개국 중 우리나라, 미국, 터키, 멕시코를 제외한 31개국에서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보편화된 사회복지제도다. 프랑스, 영국 등 외국의 경우 아동 및 가족에 대한 정부 지출의 확대가 출산율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국회에서 내년부터 아동수당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내년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아동수당 예산을 축소시키면서 아동수당의 지급 대상 축소와 지급 시기가 당초 발표한 정부 계획과는 차이가 있어 씁쓸하다. 지급 대상을 소득 상위 10%를 제외하고, 지급 시기도 9월로 연기한 것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소득 상위 10% 수준에 해당하는 아동의 수는 대략 25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사회복지의 세계적 추세는 선별적 복지에서 보편적 복지로 진행되고 있다. 이번 아동수당의 지급 대상 축소는 여전히 선별적 복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달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에서는 내년부터 고교 무상교육을 전면적으로 시행한다고 발표하였다. 2020년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한다는 문재인 정부보다 빠른 시행이다. 이 또한 환영할 일이다. 초·중·고 모든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정책은 무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급식 또한 무상이어야 한다.

무상급식 논쟁이 벌어졌던 2015년.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모교수의 칼럼을 언급하면, “복지 프로그램은 그 본질상 무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당시 정부와 여당, 그리고 보수 언론들이 구태여 ‘무상’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은 복지 프로그램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다. 또한 재벌 아이에게 공짜 점심을 줘야 하느냐는 말이 나왔다. 재벌 아이에게 공짜 점심을 주는 대신 재벌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거두면 아무 문제없다. 복지 프로그램에 필요한 예산을 어떻게 조달하느냐에 따라 정책 효과가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음에도 보수 진영은 복지 예산 타령만 늘어놓고 있다”는 것이다.

아동수당제도는 아동의 기본권이며, 고교 무상교육 또한 청소년의 교육 기본권이다. 우리나라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으로 엄청난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2017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녀의 출산을 중단한 이유로 양육비와 교육비의 부담이라는 응답 비율이 높게 나타났고, 아동수당이 추가 출산 의사 결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응답이 90%를 차지할 정도다. 아동수당 지급과 고교 무상교육으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러나 다각적인 아동 및 청소년, 그리고 가족에 대한 투자 정책을 병행하여 추진한다면 출산율 제고와 인구 절벽 문제 해소에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제주도에서는 차별받는 아동과 학생이 없어야 한다. 아동수당 지급 대상과 관련해서는 도 자체 예산을 확보해서라도 상위 소득 10%에 해당하는 아동에게 9월부터 아동수당이 지급될 수 있어야 한다. 제주도에서만큼은 아동수당제도가 선별적 복지가 아니라 보편적 복지 제도로서 최초 시행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고교 무상교육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고교 무상급식까지 시행되기를 바란다. 양육비와 교육비 부담으로 출산을 꺼리는 제주가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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