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제주, 화산섬의 예술혼이 만나다
발리-제주, 화산섬의 예술혼이 만나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12.19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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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순 제주문화예술재단

[제주일보] 지난달 11일부터 18일까지 9일 간 ‘화산섬’ 인도네시아 발리와 제주의 자연과 예술을 보고 돌아왔다. 그 긴 여정을 정리하자면, 자연과 예술의 콜라보라고 말하고 싶다. 발리의 ‘스콜’과 제주의 ‘바람’, 그리고 신화와 예술이다.

‘하나투어와 오감으로 채우는 문화예술 희망여행’은 발리로 시작됐다. 발리에 머문 4박 6일간 우기(雨期)여서 거의 매일 ‘스콜’을 맞았다. 예고없이 내리는 스콜 때문에 곤혹스럽기도 했지만, 그 곳의 자연과 삶과 예술을 경험하는 소중한 기회였다.

힌두 유적인 ‘고아 가자’, '고귀한 절벽'이라는 의미를 지닌 ‘울루와뚜 절벽사원’, 전통마을인 ‘펑리 푸탄’, 예술인 마을 ‘우붓’, 민간 갤러리인 ‘카유 갤러리’와 ‘토니라카 갤러리’ 등을 방문했다. ‘고아 가자’의 절벽아래 거목아래 뻗은 줄기를 제주 신당의 뿌리처럼 단단한 신앙세계를 보았고, ‘펑리 푸탄’에서는 발리인들의 소박한 일상과 가옥 구조, 조상을 섬기는 전통을 일견했다. 세계적인 콜렉터 Luise fontaine이 운영하는 공간 ‘카유’와 발리의 유일한 컨템포러리 갤러리인 ‘토리라카 갤러리’에서는 다양한 현대 예술의 조류 속에서도 지역적 미감을 지키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토니라카 갤러리는 수년전 제주현대미술관과 교류전을 연 바 있는 전시공간이었다. 두 섬은 오래전 문화예술로 이어진 자매도시다. 예술단 교류로 두 지역을 오가면서 문화예술 행사를 지속해오다 2000년대부터 계속된 발리의 경제 악화로 교류를 중단해야 했다.

제주에서는 옛 한라문화제 때 발리 예술단을 본 적이 있다. 발리에서 제주와 인연이 깊은 갤러리를 방문하고 나니 두 화산섬이 예술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욱 간절해졌다.

개인적으로 발리에서 가장 주의깊게 본 것은 현지인들의 삶이었다. 매일 아침 그들의 수호신인 ‘가네사’에게 정성스럽게 제물을 올렸다. 야자수 잎으로 만든 어른 손뼘 크기의 사각 상자인 ‘차낭’에는 항상 꽃이 담겨 있었다. 부귀영화 보다는 꽃처럼 아름답게 살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읽혀졌다. ‘차낭’은 집집마다 놓여 있었다. 가게에도, 호텔 입구에도 있었다. 예전 새벽 정화수를 떠놓고 가족의 안녕을 빌던 우리 어머니들의 마음이 전해졌다.

체류기간 30년 만에 열린 마을사원축제인 ‘쿠니앙’을 얼떨결에 본 것도 큰 행운이었다. 후손을 찾아온 조상의 영혼에 제를 드리는 의식인 갈룽안을 치른 열흘 후 조상을 떠나보내는 날이 바로 쿠니앙 축제다. 발리 도처에 명절을 기리는 장식물인 ‘벤조르’가 세워져 있었다. 이 것은 발리인들이 신성하게 섬기는 ‘아궁산’(3153m)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한다.

발리를 다녀온 후 얼마되지 않아 ‘아궁산’이 폭발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발리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소박한 인정과 그들이 귀하게 여기는 자연과 전통이 화산재에 사라지지 않을까 귀를 쫑긋 세웠다.

1만8000신들의 땅, 제주에선 제주신당과 제주현대사의 상징공간인 알뜨르비행장 등을 둘러보았다. 제주신화연구자인 김정숙님과 함께한 송당․와흘․김녕본향당 기행은 제주신화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는 기회를 주었다. 한라일보 이윤형 국장과 함께한 알뜨르에선 관광지로 알려진 제주의 일제군사유적과 4·3사건 유허를 통해 아픈 땅의 역사를, 폭풍같이 질주하는 바람 속에서 ‘바람의 섬’ 제주를 온몸으로 실감했다.

글을 맺는 지금, 문득 운좋게 여정에 동행한 사람과 달리 14명의 예술가들에게 두 섬이 예술적으로 어떻게 읽혔는지 몹시 궁금해진다. 여정의 감응과 영감을 작품에 담을 예술가들은 내년 1~2월 서울 혜화동 JCC갤러리와 제주 예술공간 ‘이아’에서 예술여행의 결과물을 작품전으로 보답한다.

한편 발리와 제주의 ‘문화예술 희망여행’은 하나투어 사회공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제주문화예술재단의 공동협업사업으로 꾸려졌다. 이 프로젝트는 예술가들에게 예술여행 기회를 제공하고 여행의 영감을 작품으로 승화시켜 작품으로 발표하고 대중과 공유하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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