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지도 못하는 지하수, 어떻게 할 건가
먹지도 못하는 지하수, 어떻게 할 건가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12.19 17: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일보] 제주특별자치도 보건환경연구원이 발표한 올해 지하수오염 조사 결과는 참담하다. 제주도내 지하수 관측정에 대한 3차례 수질 모니터링 결과 1차 4곳, 2차 4곳, 3차 7곳이 질산성 질소 농도가 초과해 먹을 수 없는 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렇게 오염된 지하수는 대부분 제주시 한림읍과 한경면, 서귀포시 대정읍 등 서부지역이지만 서귀포시 대포동 남부권에도 있었다. 특히 최근 일부 양돈장이 축산 분뇨를 무단 배출했던 한림읍의 한 지하수 관정은 질산성 질소 농도가 기준치의 2배에 육박해 먹는 물은 고사하고 청소나 세탁에도 부적합할 정도다. 이 관정은 실제로 질소동위원소를 이용해 분석해보니 그 오염원이 축산 분뇨로 밝혀졌다.

제주도 지하수는 10년전만 하더라도 세계적으로 이름난 청정수였다. 그런 지하수가 이렇게 이제는 마음 놓고 먹을 수도 없게 된 것이다. 제주시 서부 지역 등이 이렇다면 다른 지역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제주도 지하수가 이렇듯 해가 갈수록 오염되고 있는 것은 도내 곳곳에 장소를 가리지 않고 무분별하게 조성된 양돈장과 각종 공동주택 등에서 함부로 버리는 오수·폐수와 생활 하수, 그리고 마구잡이식 관정(管井)과 지하수 개발에 그 원인이 있다. 이런 다양하고 복합적인 오염 원인에 적절히 대처해 도민의 생명줄인 지하수를 보호하려면 종합적이고 세밀한 보호관리체제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지금 제주도정의 지하수 행정은 한마디로 오염을 방조(傍助)하는 꼴이나 진배없다고 할 것이다.

양돈장만이 아니다. 주택과 관광숙박시설이 지하수 등 환경 영향을 도외시한 채 농촌과 중산간에 들어서 생활하수나 유독성 폐수가 마구 버려지고, 각종 오수가 지하로 스며드는데도 전혀 손도 쓰지 않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 10월부터 애월과 한림, 대정 등 제주 서부지역에 사설 지하수 신규 허가를 전면 금지 시켰지만 때늦은 조치라는 평가다. 이미 이 지역은 수질 모니터링 결과 2014년과 2015년에도, 2016년에도 질산성 질소 농도가 계속 초과한 조사 결과를 보였었다. 제주도 당국이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질질 끌며 모른 체 한 것이다.

지금 이 상황은 오염된 지하수를 어떻게 할 것이냐 이전에 도민 생활상 비상 사태로 인식해야 한다. 지하수 오염의 회복은 100년을 가지고도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현재 오염된 지점을 개선하려는 접근은 무의미하다. 단지 현재보다 더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는 측면에서 주거 지역과 비주거 지역의 구분을 확실하게 나누고, 생활하수와 폐수의 지하수 침투를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 양돈 등 축산시설을 제한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대로 두면 10년 안에 제주 지하수는 모두 폐수가 된다는 게 학자들의 경고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