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그럼에도...
  • 정흥남 논설실장
  • 승인 2016.01.2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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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2공항 예정지 주민들의 반발이 해를 넘기면서 이어지고 있다. 공항 예정지 주민들의 반발은 사업 발표에서부터 예견됐다. 사전 해당 지역주민들과 아무런 논의없이 초대형 국책사업이 결정되고, 조상 대대로 살아온 땅에서 떠나라 한다면 이를 순수하게 받아들일 주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지난 18일 서귀포시를 연두방문한 자리에서 “(공항)예정지 주민들은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땅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힘들고 어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이어 “일방적인 (해당 지역 주민들의)희생이 아니라 모두의 발전에 기여하도록 특별한 보상과 삶의 여건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혜롭게 풀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원 지사는 또 “우리 땅에 만 안 된다는 것 보다는 제주전체의 발전을 위해 큰 틀에서 하나하나 풀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제 2공항은 이제 와서 물릴 수 없는 사업이 됐다. 엉킨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물론 그 중심은 지방정부인 제주도가 서게 되지만, 현실적으로 제주도정 혼자 난마처럼 뒤엉킨 이 문제를 풀기는 쉽지 않다. 결국 제주사회 전체가 진진하게 머리를 맞대 흉금을 털어놔야 한다. 사회 구성원 모두 고민하고 그 속에서 서로 공감할 수 있는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조직이든 개인이든 누구든지 싫든 좋든 필연적으로 뜻하지 않은 위기를 맞게 된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위기는 더 큰 위기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기회가 되기도 한다. 지난 역사가 증명하듯 앞에 닥친 큰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사회흐름을 송두리째 바꾼 경우가 수없이 많다.

또 이 같은 과정이 반복되면서 역사는 발전하기 마련이다. 결정적인 순간 거대위기 앞에 굴복해 뒤로 물러선다면 이는 곧 퇴행의 역사로 이어진다. 특히 대의명분이 뚜렸한 사업의 경우엔 더더욱 그렇다. 톨스토이는 자신의 단편집에서 ‘그림자가 있는 곳에 반드시 빛이 있다’고 말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이를 해쳐나갈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엔 거대 갈등 앞에 시련은 있을지언정 좌절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사회라는 거대 조직에는 반드시 구성원들 간 이해충돌이 생기기 마련이다. 사회의 최소 단위조직인 가족 구성원끼리도 자신의 앞에 놓인 이익을 위해 서로 싸우고 이로 인해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왕왕 목격된다.

이를 슬기롭게 수습해 가정과 가족을 지켜나가는 것이 바로 지혜로운 가장의 역할이다. 사회 갈등을 마냥 두려워 해선 안 된다. 헤쳐 나갈 지혜를 찾는데 그 두려움의 순간조차도 투자해야 한다.

#한 사회를 끌어가는 지도자는 잃어버린 것과 지나간 일을 후회하지 말고 지금 남은 작은 것이라도 붙들고 그것에 감사하며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 때 훌륭한 평가를 받게 된다. 어떤 어려운 일이라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힘쓰면 어려움을 기회로 바꿔 놓을 수 있다.

우리사회에 언제부터인가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거대 갈등이 돌림병처럼 발생하고 있다. 말 그대로 ‘강(强) 대 강(强)’ 대결구도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채 갈 때까지 가보자는 식의 대립이 번지고 있다. 서로 대립하는 관계에선 더더욱 서로에 ‘협력적인 선택’을 해야 각자에 최선의 결과가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익에만 치중한 선택을 하려 한다.

그 결과 양측 모두에 나쁜 결과가 초래되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여기서 나온 것이 이른바 ‘죄수의 딜레마’ 논리다. 사회 지도층은 기회 있을 때 마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치고 있다. 그런데 현실에선 갑(甲)으로 지칭되는 ‘상류’들의 불공정이 판을 친다.

이러다 보니 당연히 사회의 상식이 제대로 자리 잡을 리 없다. 제주사회에 분열과 갈등의 악순환이 거듭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제주 제2공항은 분명 제주에 새로운 기회다. 그렇다면 어떤 어려움도 마다해선 안 된다. 그 흔한 표현대로 시련은 있을지언정 좌절해선 안 된다. 공존공영을 위한 슬기로운 길을 제주사회가 함께 찾아야 한다.

정흥남 논설실장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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