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의 비결-(2)눈(眼)
장수의 비결-(2)눈(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12.18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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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훈. 제주대학교 명예교수 / 논설위원

[제주일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신체의 여러 기관의 기능이 저하되는 것을 실감하게 되는데, 가장 먼저 쇠퇴해지는 게 눈인 것같다. 그렇다면 눈에 좋은 식품은 무엇일까?

요즘 안과의사에게 “블루베리가 눈에 좋습니까?” 하고 묻는 사람이 가끔 있다고 한다. 의사는 “먹어서 나쁠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닐겝니다“라고 대답한다고 한다.

과거에 블루베리가 눈에 좋다고 알려진 것은 ‘안토시안(anthocyan)’이라는 항산 화물질이 포함되어 있어 눈의 활성산소를 제거하며, 시력을 유지시켜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실제 그렇게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다. 블루베리가 눈의 기능을 좋게 해준다고 해서 주목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영국 공군에 적군기를 매우 잘 격추시키는 비행사가 있었다고 한다. 그 때의 공중전은 비행기에 자동조준장치가 없었고, 목측(目測)으로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유명한 비행사는 다른 비행사와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었다.

여기에 주목하여 연구자들이 조사를 해본 바, 이 비행사는 빵에 블루베리잼을 듬뿍 발라서 먹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블루베리 성분을 분석해봤더니 ‘안토시안’이라는 성분이 존재하고 있었다. ‘안토시안’은 확실히 항산화 작용을 하는 성분이기에 이 때부터 ‘블루베리’가 눈에 좋다는 말이 퍼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 얘기에는 논리의 비약이 있다. ‘안토시안’에는 항산화 작용이 있고, 항산화 작용이 눈에서 일어난다면 눈에 확실히 좋은 것이지만, 실제 블루베리를 먹었을 때 블루베리에 포함되었던 ‘안토시안’이 체내를 순환할 뿐이지 눈에 모아져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눈에 충분한 양의 ‘안토시안’이 모아져서 작용할려면 입을 통하여 상당한 양의 블루베리를 먹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므로 앞서 의사가 대답한 “나쁘지는 않지만 약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는 여기에 있다.

전쟁이 끝난 후 아이러니한 일이 알려졌는데 영국 국내에서 발견된 자료에서 그 유명한 비행사가 소속했던 부대의 전투기에는 최신 레이더 장치가 탑재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고성능 레이더를 이용하여 적기를 조준했고, 그가 먹었던 블루베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고 판명되었다. 그런데 한번 눈에 좋다고 알려진 블루베리는 상재(商才)가 작용하여 그 후에도 계속 팔렸다고 한다.

이렇게 과장된 선전문구가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눈에 좋은 식품이 있는가?

여러분에게 권장하고 싶은 것은 ‘시금치’다. 시금치에는 ‘루테인(lutein)’이라는 색소 성분이 들어 있다. 이 루테인은 눈이 나빠지는 것을, 특히 중장년의 눈이 나빠지는 것을, 예방하는 중요한 성분이다. 이것을 섭취하면 눈에 모아지게 되는데, 특히 물건을 볼 때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황반(黃班)과 렌즈역할을 하는 수정체에 모아지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사람은 원래 태어나면서 눈에 일정량의 루테인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은 눈의 산화를 방지하기 위하여 씌여지는 것이다. 루테인은 인체가 합성할 수 없어서 식사로 보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루테인을 충분히 함유하고 있는 것이 시금치다.

황반과 수정체는 노화에 의해 나빠지는데, 황반이 변성하면 물건이 일그러져 보인다든지 시야가 뚜렷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리고 수정체가 나빠지면 핀트 조절 기능이 저하되어 가까운 데 있는 것도 잘 보이지 않게 된다. 말하자면 이런 현상을 ‘노안’이라고 한다.

또한 백내장도 수정체가 나빠져서 생기는 병이다. 루테인은 이런 병들의 진행을 강력하게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루테인이 눈병의 진행을 방지하는 메카니즘(mechanism)을 설명하면, 루테인은 황색색소 성분이다. 그리고 스마트폰에서 발광하는 청색은 눈에 좋지 않다고 하는데, 실제 눈에 가장 손상을 주는 색은 청색이다.

그런데 황색은 청색의 보색(補色)이므로 눈으로 들어오는 청색을 흡수해준다. 그리고 루테인도 블루베리와 같이 항산화 작용을 하기 때문에 활성산소를 제거해준다.

결국 ‘어떠한 성분이 눈에 모인다’, ‘청색에 의한 손상이 경감된다’, ‘활성산소를 제거한다’ 등 종합적인 작용으로 사람 눈의 건강이 지켜지는 것이다.

루테인을 많이 함유하는 식재료는 시금치이외에 케일, 여주, 브로콜리 등이 있다.

눈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양은 하루에 6~10㎎. 이 양은 시금치 2포기(2다발이 아님)에 함유된 것이며, 이것만으로 충분한 효과를 나타낸다.

물론 시금치는 약이 아니므로 시금치를 먹으면 황반변성이나 백내장이 금방 나아지 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지금 눈에서 진행하는 산화를 멈추게 하는 작용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은 확실하다. 실제 황반변성이 있는 사람이 시금치를 많이 섭취해서 물건이 바르게 보이게 되었다든지, 노안으로 신문이나 책을 읽는데 곤란했던 사람이 루테인을 섭취하고 나서 매우 좋아졌다는 예들이 꽤 있다고 한다. 완전히 나빠진 사람에게는 한계가 있지만, 초기나 중기 증상이라면 충분히 억제할 수 있는 것이다.

건강한 눈을 유지하기 위하여 매일의 식생활에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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