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람직이 들엄직이, 일상 속에 숨은 마을이야기를 찾아서
고람직이 들엄직이, 일상 속에 숨은 마을이야기를 찾아서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12.1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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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영. 문화기획자 / 관광학 박사

[제주일보] 돌이켜보면 ‘운이 좋은’ 한 해였다. 지역축제, 마을관광, 도시재생, 문화도시 등 다양한 일의 현장들은 문화기획자, 멘토, 구술 면접자 같은 조금씩 결이 다른 역할을 요구하기도 하였지만 오히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채록하는 영광스런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그런 한 해였다.

그 중에서 구술 면접자로 참여하였던 ‘우리마을 문화활력 프로젝트 고람직이 들엄직이’는 이야기 보물창고로서 제주 마을의 재발견과 더불어 이야기를 매개로한 교류를 통해 우리 지역사회가 당면한 문제들의 발굴, 그 문제들의 해결방안 공동 모색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우리마을 문화활력 프로젝트, 고람직이 들엄직이’는 소중하고 흥미로운 마을 이야기를 함께 발굴하고 널리 나눔으로서 마을 문화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진행한 마을이야기 공모사업이다.

제주시의 ‘2017 우리가 만드는 문화도시 제주’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본 프로젝트는 ㈔제주문화포럼이 지난 7월에 제주시내 136개 마을을 대상으로 참여마을을 공모한 결과 5개 마을을 선정하였고 선정된 마을인 조천읍 북촌리와 와흘리, 애월읍 봉성리, 한경면 판포리와 한원리 등을 찾아가 11월까지 스토리를 발굴하는 일을 추진하였다.

고람직이 들엄직이는 이야기 수집부터 수집된 이야기를 소개하는 이야기 피칭까지 과정중심 방향성에 방점을 두었다. 스토리 수집을 위한 마을탐방 운영과 마을잔치 형식을 빌린 ‘고람직이 들엄직이 이야기마당’ 운영이 구현의 중심축이 되었다.

마을의 숨은 역사, 숨은 명소, 우리 마을 이사람, 정주민과 이주민의 소통 사례 등 주제별 스토리 수집을 위한 인터뷰 진행과 영상 촬영은 이야기에 다양성과 구체성을 더해주어 마을분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야기 마당에 참여하고 서로 공감하는데 동기를 부여하였다. 시민 서포터즈팀의 활약으로 이러한 과정들이 온오프라인 매체를 통해 공유되고 본 프로젝트의 긍정적 에너지가 지역사회 너머로 확산되었다.

▲일상 속에 숨은 다양한 마을 이야기를 찾아 나선 여정에서 마을 어르신들을 만나고 그 분들의 과거와 조우하고 젊은이들과의 대화 속에서 마을의 미래를 그리는 청사진을 공유할 수 있었다.

과거의 아픔을 화합을 통한 희망으로 승화시키는 북촌리, 뿌리 깊은 전통의 토대 위에 도약을 준비하는 와흘리, 새별오름 일대 어름비 평원만큼이나 넓은 아량으로 마을의 옛모습을 지켜내는 봉성리, ‘좋은 사람들이 좋은 마을을 만든다’는 비전으로 정주민과 이주민이 함께 미래를 준비하는 판포리 그리고 귤향 가득한 향나무 길 위에 제주다운 마을을 꿈꾸는 한원리까지 고람직이 들엄직이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의 부모형제, 우리의 이웃, 우리의 마을을 만났다.

▲허심탄회하게 말을 쏟아내는 이야기마당은 말 그대로 화(話)수분이었다.

‘제주 4·3의 가장 큰 피해를 입어 서글픈 마을이 되었다. 아픈 과거를 당당하게 나누고 인정할 수 있는 토대위에서 미래를 고민해야한다’, ‘뿌리와 같은 본향당을 중심으로 마을 발전이 진행되어야한다’, ‘마을의 미래에 있어 청년 역할이 중요하지만 어르신들의 포용과 지지없이는 어려운 일이다.’라는 의견부터 젊은 삼촌들의 ‘영원한 와흘새댁’모임, ‘비록 해녀를 하지만 떳떳하게 살아내는 정신’을 자랑스러워 하셨던 해녀 삼촌까지 다채로운 이야기를 발굴할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아래로부터’ 그리고 ‘과정중심 지향’의 접근방식에 있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제주문화포럼은 지난 7일 보고회를 통해 마을문화 활력을 위한 모색과 논의의 장도 마련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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