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눈망울에 담긴 거짓과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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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호 기자
  • 승인 2017.12.14 1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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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톡] 팀 버튼의 '빅 아이즈'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 그림의 담긴 슬픈 진실을 그려내
빅 아이즈 영화 속 한 장면

일반인의 관점에서 볼 때 한 평생 비합리적이고 비상식적인 예술을 추구해온 화가가 있었다. 사람들은 한동안 그를 "천재이거나 광인(狂人) 같다"고 했다. 초현실주의 미술이 어떤 것인지 매우 친절하게 안내한 ‘살바도르 달리’ 얘기다.

여기 ‘20세기 영화계의 달리’ 팀 버튼 감독이 있다.

‘비현실적인 세계를 환상적인 세계로 창조한 마력의 소유자’, ‘괴물마저도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탈 바꿈 시키는 괴짜 감독’,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거장’, 등등 수많은 수식어가 그를 따라다닌다.

‘크리스마스의 악몽’, ‘유령신부’, ‘프랑켄 위니’ 등 수많은 걸작에 등장한 배경, 캐릭터 스케치들은 전시회와 팬시, 피규어로 상품화 되어 지금도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영화는 이 천재감독이 특유의 호러틱한 판타지 이미지를 벗어나 따뜻한 색감과 동화적인 느낌을 가미한 2015년작 ‘빅 아이즈’ 다. 이혼 후 딸과 함께 생활하는 싱글맘, 마가렛은 부동산 업자이자 자칭 화가인 윌터와 재혼해 결혼 생활을 다시 시작한다.

수완가 남편은 마가렛의 그림을 자신이 그린 것처럼 포장하고 판매한다. 그는 비싼 그림을 사지 않으려는 대중의 성향을 간파하고 유명인을 활용해 광고하며 그림(포스터) 복사품을 팔아 엄청난 부와 명성을 얻는다.

반면 스스로도 그림 그리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사업 수완이 없다고 여기는 마가렛은 자신이 진짜 창작자임을 딸에게 까지도 감춘 채 골방에서 대작자 노릇을 하면서 괴로운 나날을 보내며 인생을 소진하게 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미술계의 핫 이슈가 되었던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사건이나 유명 연예인의 대작 논란 등의 일들을 마치 예견이나 한 듯하다.

이 영화의 백미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법정 공방에서 두 사람이 주어진 시간 내 똑같은 그림을 그리게 하는 솔로몬 판사의 판결의 압권이다.

영화는 마지막 엔딩 직전에 실제 월터 킨과 마가렛 킨의 사진과 후일담을 제시한다.

90세에 가까워졌지만 여전히 생존 중인 마가렛 킨과 에이미 아담스(주연배우)가 함께 촬영한 사진은 미소를 짓게 한다.

실제 주인공 마가렛 킨(좌)과 그 배역을 맡은 여배우 에이미 아담스

마가렛 킨은 미국 화단의 대표적인 화가로 에이미 아담스는 골든글로브 2회 연속수상의 영예를 안으며 명실상부 최고의 여배우임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하나의 그림 두 명의 작가’ 1950년대 화가 부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팀 버튼 감독이 팬의 입장에서 만든 영화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12월, 밖에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집에서 나만의 감정에 심취하고 싶은 시간!

추운 겨울 미술관에서 따뜻한 작품을 감상하듯 ‘빅 아이즈’ 눈 속에 빠져 보시길

 

 

김경호 기자  soulful@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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