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끝자락, 언론을 다시 생각하며
한 해의 끝자락, 언론을 다시 생각하며
  • 김태형 기자
  • 승인 2017.12.13 2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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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투병으로 야윈 몸은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었지만 얼굴만큼은 더할 나위 없이 환한 웃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해맑은 표정 속에서도 말 그대로 만감이 교차할 수밖에 없는 세월의 시간들을 읽을 수 있었고, 첫 출근 소감으로 밝힌 담담한 울림의 파장들은 어느새 마음 구석 끝까지 파고들 정도로 묵직하고도 컸다.

지난 11일 언론 현장으로 다시 돌아온 MBC 이용마 기자의 모습은 그렇게 스케치됐다. 2012년 당시 파업 과정에서 해고된 후 무려 5년 9개월 간의 해직 생활과 1년 넘은 복막암 투병 중에 복직하게 된 그는 “꿈같은 현실”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부정한 권력에 맞서며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살아있는 기자정신을 이어온 그였기에 동료들은 물론 대중들도 진심어린 환영과 응원의 마음을 보냈다.

“이제 우리 MBC 구성원들은 단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나 혼자 잘나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지혜를 함께 빌릴 수 있는 그런 공동체 사회를 만들어 나가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기자는 지난해 전국에서 타올랐던 촛불 민심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다시 환골탈태의 변곡점에 놓인 언론의 건강한 지향점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 해의 끝자락이어서 였을까. 그의 복귀가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그 이면에는 같은 언론 종사자라는 공통점에 앞서 내 스스로 처한 작금의 현실을 돌아보게 만들고, 여러 가지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는 일종의 ‘자성’과 함께 찬찬히 곱씹어보는 정리의 기회로 작용했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해보려고 해도 쉽게 납득되지 않은 사실들이 자꾸만 머리 속을 맴돈다. 신문 발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70년 전통의 제호를 호가 경매 과정에서 스스로 가장 먼저 입찰을 포기해버린 사주가 있다면 과연 어떤 명분으로 정당화될 수 있을까?

나아가 제호 포기 책임을 특정인에게 떠넘기면서 스스로 발행했던 해당 제호의 특허 상표등록까지 무효화시키기 위한 행위는 과연 합당한 것일까? 그러면서 포기하고 없애려는 제호의 전통을 계승했다는 주장과 함께 전국 지역언론사 모임에 얼굴을 내미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럽다.

무엇보다 부도로 퇴직금을 정산받지 못한 직원들을 위한다는 사주였다면 경매 포기보다는 투찰 금액을 남들보다는 높이지 않았을까.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최저 금액에서 포기한 이유는 무엇이고, 그에 따른 1차적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이로 인해 당시 경매 현장을 직접 지켜보면서 느껴야했던 처절한 좌절감과 비애는 씻을 수 없는 멍울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이 모든 생각들을 끄집어내며 한 해를 마무리하다 보니 다시 언론의 의미로 회귀하게 된다. 과연 언론이 진정성 있게 추구해야 할 진실과 방향점은 무엇이고, 각종 편견을 뿌리치고 균형감 있는 진실을 캐는 확인 작업은 누가 해야 하며, 그에 대한 평가는 누구의 몫인지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장기간에 걸친 MBC 사태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보면서 최소한 하지 말아야 할 답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특정 집단의 입맛대로 여론을 호도하거나 뉴스를 특정 계층이나 집단의 사익 추구를 위한 사적 도구로 사용한다면 더 이상 언론의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는 교훈이 그것이다.

2017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언론은 어쩌면 이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변곡점에 놓여 있다. 지역 언론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누군가는 “언론을 언론답게 만드는 일을 안에서 풀어내야 할 몫”이라며 “시나브로 약화되고 있는 언론의 신뢰성 회복이 우선”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새해에는 보다 건강해진 언론을 만들어내고 만났으면 하는 소망이 이뤄지기를 내심 꿈꿔본다.

김태형 기자  sumbad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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