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인 정착 위한 인큐베이팅 제도 장치 마련해야"
"귀농·귀촌인 정착 위한 인큐베이팅 제도 장치 마련해야"
  • 제주일보
  • 승인 2017.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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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안순 ㈔제주도 농어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장
① 전북 순창 고추장익는마을. 고즈녁함과 농촌다움이 잘 유지되고 있어 연간 2만여 명의 체험객이 방문하고 있다. 후계 리더가 없어 직장을 다니는 현 리더의 아들에게 마을사업의 대를 잇도록 하고 있다. ② ③ 전북 남원시의 달오름마을. 농림부 평가에서 으뜸촌으로 선정됐으나 역시 후계 리더가 없어 미래가 밝지 않다.

[제주일보] 한 해의 마감을 보름여 앞둔 요즈음, 춥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계절의 이치일 뿐인데. 몸만 추운 것이 아니라 마음도 춥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요즘의 일상. 체력의 한계를 절실히 느낀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지난 1년 동안 진행돼 왔던 각종 마을공동체사업들에 대한 평가, 각종 회의와 토론회, 그리고 다양한 기관·단체들에게서 요구받는 특강 등….

하루의 시간들을 쪼개어 나에게 주어진 과제들을 처리하다보면 나를 돌아보거나 건강을 추스를 겨를이 없다.

더구나 나의 가족과 주변 환경들, 그리고 세태의 상황들이 어떻게 변화되는지 돌아볼 시간조차 없다.

거의 매일 밤늦게 귀가해 보면 사랑하는 아내는 팔순을 훌쩍 넘긴 시어머니와 벗하며 귤을 따고 포장과 택배작업을 하느라 파김치가 돼 이미 잠들어 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에 슬쩍 거실로 나와 버린다.

귀향 아니 낙향한지 이제 만 21년. 그중 20년을 지역공동체와 마을공동체등 각종 커뮤니티 활동들을 하면서도 무늬는 분명한 농사꾼인데 농장에는 필자는 없고 아내만 있는 경우가 대부분 이었던 거 같다. 어쩌면 대부분의 농촌활동가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3일 동안 제주시 마을만들기 워킹그룹 하반기 사례탐구 투어를 진행했다. 전북 순창·남원, 충남 부여의 농촌마을들 중 일부 성과를 보여주는 마을들의 사례를 듣고 살펴봤다.

대부분의 내륙지방 농촌마을들이 그러하듯이 이미 초고령화에 접어든 마을들은 의지있는 리더들이 많은 사업들을 유치하고 일정 부분 평균 이상의 성과들을 만들어 내고 있었지만 후계리더가 없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었다.

이미 십수년 동안 열정으로 마을을 끌고 왔던 리더들은 이미 칠순이 다 돼 있거나 칠순을 넘기고 있었다. 과연 이 마을들이 십년 후에는 어떠한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라는 생각에 우려를 금할 수밖에 없었다.

마을에 간혹 귀농·귀촌자들이 있지만 그들에게 리더의 자리를 맡길 수 없다는 나름대로의 원주민(선주민)으로서의 타당한 논리와 철학으로 어쩔 수 없이 도시생활을 하는 리더의 자녀 중 선택(?)받은 자녀에게 리더의 자리를 대물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었다.

마을공동체의 사업이 가업처럼 변하는 기이한 모습이 아프게 와 닿는다. 다행히 우리와는 조금 동떨어진 모습이지만 그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농촌공동체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 중앙정부·지방정부 할 것 없이 귀농·귀촌 정책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일본은 2차대전 이후 태어난 단카이 세대(1947~1949년 출생)의 은퇴시점부터 귀농·귀촌 정책들이 만들어 지기 시작했다. 단카이 세대는 우리나라의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 출생)와 비슷하지만 10년 정도 앞서 있다.

농촌공동체의 붕괴는 국가 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고, 도시화·산업화 과정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나타났다. 이런 문제점 가운데 일부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으로 귀농·귀촌 정책이 떠올랐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됐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은 귀농·귀촌의 연령이 60대의 직업은퇴자에서 점점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30대 전후의 귀농·귀촌 인구가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우리의 추세도 일본과 비슷하게 연령이 낮아지고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인구의 사회적 흐름, 경제적 여건, 농업·농촌에 대한 인식 변화 등을 고려할 때 귀농·귀촌 증가세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 전망한다.

여기에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있다고 생각된다.

귀농·귀촌 희망자들이 정착하고자 하는 곳은 미개척지의 땅도, 신규 조성되는 촌락도 아니다. 선주민들이 수백년 동안 그들의 피땀으로 일구고 가꿔 온 그들의 혼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주어진 교육과정과 시간을 이수하면 그곳에 정착할 준비가 돼 있는 것처럼 해석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그들에게 일정 기간 인큐베이팅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며 또한 농촌마을 선주민들이 그들을 껴안을 수 있는 정서가 마련 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절실히 필요할 것이다.

일방적으로 귀농·귀촌자들에게만 행·재정적인 지원을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을 유치하고자 하는 지역에도 충분한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할 것이다.

그 공동체를 유지해 온 그들의 가치에 대한 대가를 주는 것이 그동안에 많은 농촌마을에서 나타났던 선주민과 정착이주민 간의 갈등과 간극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가설적인 제안이지만 이 방안이 실현된다면 농촌공동체의 유지·보전을 갈망하고 있는 중앙정부·지방정부, 그리고 초고령화 되어가는 수많은 농촌에서 오히려 귀농·귀촌자들을 유치하려는 모습을 보일 것이고 상호 호혜적 입장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필자의 궤변일까?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법제화하기 위한 운동이 시작되고 있다.

우리의 농촌공동체의 소중한 가치를 5000만 국민이 모두 공감하고, 특히 정치가·행정가들이 정책 우선 순위에 그 가치를 놓기를 기대해 본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의 가치보다 활성화된 농촌의 가치가 훨씬 더 큰 선진국의 척도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결코 우리의 농업·농촌이 ‘레드오션’이 아니라 발전가능성이 무한한 ‘블루칩’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다음 호에서는 제주시 소규모 공동체 사업의 감동을 그리려 한다.

그곳에 제주다움과 보석의 원석들이 연마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곳에 공동체 활성화의 해답이 있었다. 그곳이 제주의 새로운 에너지 원천이 될 것이다.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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