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껄, ~껄, ~껄'
'~껄, ~껄, ~껄'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12.1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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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신. 수필가/하귀일초등학교장

[제주일보] ‘고객님 앞으로 상품 <나이한살>이 배송 중입니다. 본 상품은 특별 배송 상품이므로 취소·교환·환불이 불가하고 1월 1일에 도착 예정입니다.’ 작년 말에 친구가 신년 인사로 보내온 문자다. 기발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키득키득 웃었던 기억이 난다.

배달된 나이와 함께 1월 1일 희망으로 맞이했던 정유년 한 해가 벌써 저물어간다. 가을을 좀 더 곁에 두고 싶었는데 어김없이 겨울이 문 앞에 왔다. 찬란한 가을을 입었던 노란 은행나무도 옷을 벗었고, 곱게 물들었던 단풍도 낙엽이 되어 흙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다. 차가운 바람과 함께 춤추는 바짝 마른 하얀 억새를 보노라니 왠지 허전하고 아쉬움이 뭉클 올라온다.

이해인 시인은 낙엽이라는 시에서 ‘낙엽은 나에게 살아 있는 고마움을 새롭게 해주고, 주어진 시간들을 얼마나 알뜰하게 써야할지 깨우쳐준다’고 했다.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헛되지 않게 채우는 것이 의무라고 여기며 나름 알뜰살뜰 살아왔다. 달랑거리는 달력 앞에 서니, 며칠 남은 날에 대한 아쉬움과 지난 시간이 스쳐간다. 지나간 날들에 대한 추억을 감사히 여기고 새 해의 희망만을 노래하고 싶지만, 차분히 성찰해보면 앙금이 보인다. 흐르는 세월만큼 채워지는 것도 있는 반면, 조금씩 세어나가는 틈도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다시 새해의 소망들을 꿈 꿀 수 있는 한 해 한 해를 주는지도 모르겠다.

한 해의 끝자락을 붙잡고 되돌아본다. 올해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사건과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맞은 해이기도 하고, 제주에서 고등학생이 현장실습 중 사고로 목숨을 잃어서 우리를 슬프게 했던 해이기도 하다. 학교일을 돌아보면, 교육과정 수립을 위한 워크숍, 졸업식과 입학식, 교육과정 설명회, 운동회, 학부모 교실운영, 교직원 연수, 연구학교 운영 및 보고회, 예술제, 어려운 학생 가정 방문과 여기저기 도움 요청했던 일 등이 보람과 감사로 자리하고 있다. 이 모든 일들이 선생님들의 헌신과 열정의 산물들이다. 이런 일들이 우리학교만의 일이 아니기에 이 땅의 모든 선생님들께 지난 한 해의 노고에 격려와 감사를 드리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팔순이 넘으신 부모님이 건강해서 감사하다. 봄에 아들을 출가시켜 새 가족을 맞이한 일도 감사한 일이다.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의 준비로 우리나라 해파랑길 걷기도 시작했고, 9월부터 ‘교사 행복대학’에 다시 입학한 일도 스스로 격려하고 싶은 일이다.

반면 ‘~껄, ~껄, ~껄’ 하는 아쉬움도 있다.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고 느낄 만큼 선생님들과 학생들을 더 많이 사랑하고 격려해줄 걸, 체중 조절과 건강을 위해서 좀 더 꾸준히 운동하고 식사조절을 할 걸, 부모님을 더 자주 찾아 뵐걸, 더 많이 봉사하고 남을 위해 기도할 걸…. 지금 와서 ‘~껄, ~껄, ~껄’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껄, ~껄, ~껄’ 웃어 넘기고 최상은 못되어도 최선의 삶이었다고 스스로 토닥거리며 돌아오는 새 해의 희망으로 남겨둘 일이다.

2018년 새 해에도 모든 이에게 나이 배달이 될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배달 된 나이를 잘 관리하면서 ‘껄, 껄, 껄’ 보다 ‘그동안 수고했어!’로 자신을 격려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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