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가 쏘아올린 크루즈 절벽
사드(THAAD)가 쏘아올린 크루즈 절벽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12.1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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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택.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 정책자문위원

[제주일보] 한국과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정국으로 인해 급속히 얼어붙었던 관계가 다소 풀어지는 기색이다. 지난 10월 중국 제19차 당 대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신시대 선언과 더불어 12월 13일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 등 양국이 북한 핵문제와 경제 관련 빗장이 얼마나 변화될지 기대된다.

사실 한국 안보의 대명사가 된 사드 배치에 대해 중국이 보여준 모습은 정치군사적 현안이 경제문화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번 사태로 나타난 한국 지방정부들의 직·간접적인 경제적 손실은 중국 의존 경제 생태계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였다. 특히 중국 관광객 방문 1순위 제주의 경우 과거와 현실을 돌아보는 인고(忍苦)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돌이켜 보면 약 9개월 전인 3월 15일은 중국 모항 크루즈가 제주에 마지막으로 입항했던 날이다. 당시 제주는 급속히 벌어지는 사태에 속수무책이었으며 아시아 기항지 1위를 자랑하는 제주크루즈 산업의 민낯을 보여줬다. 사실 2016년 제주 입항 크루즈는 507회, 관광객은 120만명(중국인 117만명, 98%)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98회에 18만7000명에 그쳤다. 입항횟수는 전년대비 19.3%, 방문객 수는 15.5% 수준으로 곤두박질 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제주도정과 관광업계는 자성의 목소리와 위기탈출 전략 방안 모색이 절실했다.

최근 한 일간지가 연재한 ‘유커 장성에 갇힌 한국 관광’이라는 기획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모객수수료와 저가관광에 한국의 품격이 떨어진다는 내용이다. 제주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또 중국 관광객이 주춤한 사이 저가관광 패턴이 동남아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베트남의 경우 한국 3박 4일 관광 상품이 35달러(약 3만8000원)에 판매된다는 기사에 필자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제주도의 경우는 어떤지 우려스럽다.

올해 10월 제주도의회의 제주도 크루즈 관련 행정감사 자료를 분석해 보면 크루즈 관광 수입은 2015년 약 3316억 원이며 이 가운데 항만수입이 22억, 관광객 소비액은 3216억 원에 달한다. 놀라운 것은 2016년에는 6502억 원으로 2015년 대비 약 2배가량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제시되는 문제점은 저가의 단체 크루즈 관광객들이 면세점 등에서 수천억 원을 소비하는 형태로 ‘쇼핑천국 제주도’란 브랜드가 정립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직접 수출효과를 볼 수 있는 제주 지역의 생산물 선식공급의 경우 2015년 8억5000만원에서 2016년에는 16억 원으로 2배가량 증가하고 있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주로 삼다수 공급이 대부분으로 지역 생산품 공급은 소폭 증가에 지나지 않는 아쉬움이 있다.

중국 발 크루즈가 중단 된지 약 9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지난 10월 31일 한중 양국은 ‘한·중 관계 개선 협의문’ 공동 발표로 모든 분야의 교류협력을 정상 발전 궤도로 조속히 회복시키는데 합의 했다.

현재 단체관광객 상품인 크루즈는 아직까지 제한에서 풀지 않고 있는 실정이지만 내년에는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다가오는 2018년도 중국 모항 크루즈 제주기항 예약은 이미 750회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모항 크루즈가 722회(96.2%)로 과거와 변함이 없는 형태다. 크루즈 피크가 나타난 2016년의 크루즈 입항 실적 대비 148% 증가한 비율이다.

필자는 제주도정이 크루즈 예약 숫자에 일희일비(一喜一悲) 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중국 모항 크루즈에 99% 의존해 한·중 관계에 따라 제주가 크루즈 절벽에 서지 말아야 한다.

반면교사(反面敎師)라고 했다. 제주의 크루즈 산업에 대한 정책철학과 명확한 선사의 선별 수용 정책 정립이 필요하다. 초대형 20만t급 크루즈 출입항이 가능한 서귀포 강정의 크루즈 터미널도 올해 준공할 계획이다. 크루즈 선박의 수용태세는 모두 갖추어진 셈이다. 제주를 찾는 이들에게 보물섬 제주의 속살을 보여주고 재방문율을 높일 수 있는 감동을 선사할 때 제주 크루즈 산업의 새로운 전환기를 기대해 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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