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충홍 의장 당선, 지방의회 집권여당의 ‘민낯’
고충홍 의장 당선, 지방의회 집권여당의 ‘민낯’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12.1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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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도의회 의장은 실질적인 권한 행사 등의 부문에선 도지사에 견줄 바가 못 되지만 형식적으로는 대등한 관계를 유지한다. 따라서 도의회 의장은 집행부인 제주도를 견제하는 대등한 기관의 수장으로 그 역할이 막대하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도의회 의장은 다수당의 전유물이 됐으며, 다수당 내에서도 의장자리를 꿰차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이어져 왔다. 고(故) 신관홍 의장이 타개하면서 치러진 의장선거에서 고충홍 의원(바른정당)이 당선됐다. 신임 고 의장은 당선된 뒤 “도민 모두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데 헌신하겠다”고 약속했다. 고 의장은 또 제2공항 문제를 비롯해 개발과 보존 등 제주현안에 대해서도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고 의장은 그제 실시된 의장 선거에서 37명의 참가 의원 가운데 20표를 얻어 과반을 획득했다. 경쟁자인 민주당 후보는 16표를 얻는데 그쳤다. 제주도의회 정당별 의석은 민주당이 16명으로 가장 많고, 바른정당 12명, 자유한국당 5명, 무소속 2명, 교육의원 5명이다. 이처럼 단순 구도 속에서 치러진 선거여서 그 결과를 분석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민주당은 바른정당에 비해 4석이나 만은 ‘기본자산’이 있다. 상대 입장에서 보면 이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승부’다. 그런데 졌다. 외연확장에 실패한 결과로, 집권여당 체면이 땅에 떨어졌다.

신임 의장의 임기가 사실상 내년 지방선거 때 까지고, 이번 선거가 보궐선거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춰보면 이번 선거결과는 많은 점을 시사한다. 냉정하게 보면 집권여당에 대한 ‘심판’이다. 물론 이번 선거가 일반인이 아니라 대상이 도의원들에 한정됐다는 한계가 따르지만 의석수에서 4석 많은 집권여당 후보가 되레 4석이 적은 원내 제2당 후보에 패배한 것은 정치색이 상대적으로 옅은 교육의원 또는 무소속에서 조차 배척당했다는 결과다. 이는 현 제주도의회 민주당 의원들의 역량 및 자질의 수준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촛불혁명 이후 대한민국은 대통령 한사람만 바뀌었을 뿐 기득권 중심의 구체제는 변한 게 없다는 말이 끊임없이 나온다. 제주도의회 또한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은 이번 선거가 보여준다. 그 중심에 집권여당이 있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제주도의회는 이번 의장 선거를 계기로 그간 활동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만만한 공직자들이나 불러다 호통치고 윽박지르기면서 정작 자신들은 뒤에선 ‘업자’와 놀아나지는 않았는지. 이를 공직사회, 나아가 지역민이 모를 것이라고 변화와 자기쇄신을 외면한 채 기득권들과 어울려 현실에 안주해 온 것은 아닌지. 이번 도의회 의장 선거는 단순히 의장 한명을 선출하는 것 이상의 의미로 제주사회가 받아들이고 있다는 엄연한 현실을 도의회는 직시해야 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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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패 2017-12-13 10:36:19
맞는말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