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와 제주농업의 미래
빅데이터와 제주농업의 미래
  • 제주일보
  • 승인 2017.12.1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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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제주지역본부장

[제주일보] 제주는 12월부터 이듬해 봄까지 국내 주요 채소류 공급을 전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제주지역에서 이제 막 수확이 시작되고 있는 월동무를 바라보는 시선에 걱정이 가득하다. 풍년의 기쁨을 맛보기도 전에 걱정이 하나 늘어난다.

제주도에 따르면 올해 월동무 재배면적은 4529㏊로 조사되었다. 각 기관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작년에 비해 10% 이상 늘어난 면적이다. 파종 이후 날씨에 따른 큰 피해도 없고 전체적으로 작황도 아주 좋은 편이라 앞으로 큰 변수가 없다면 작년보다 생산량이 45%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작황호조로 인한 생산량 증가로 평년대비 낮은 가격이 형성된 가을무의 경우 정부의 수급대책에 따라 시장격리 추진 중에 있다.

제주산 겨울무 중 조기 출하되는 물량도 가을무에 준하여 시장격리 신청을 받았다.

전국에서 70㏊ 포전이 신청되었고, 그 중 39%에 달하는 27㏊ 포전이 제주에서 신청되어 시장격리 진행 중이며 내주 마무리 될 계획이다. 정부에 이어 제주특별자치도에서도 가격 안정화 유도를 위해 월동무 시장 격리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어 놓은 농사를 포기 하는 것은 기회비용을 포함하면 몇 배의 손해를 보게 되지만, 인건비를 들여 시장에 출하해 보아야 손해가 나기 때문에 출하를 포기 하는 것이다. 부피가 크고 보관이 어려운 농산물의 특성상 과잉생산이 되면 결국 폐기하는 것이 수순이다. 왜 이 같은 현상이 매년 발생하는지, 언제까지 ‘풍년의 역설’을 겪어야 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농업인의 소득안정망 확충을 위해 생산자 중심의 수급조정 및 가격안정 추진을 위한 재배·생산관련 정밀한 관측정보 지원이 필요하며, 어느 정도의 물량이 소비될 것인지를 관행과 감각을 통한 예측이 아니라 종합적이고 고도화된 자료로 빅데이터화 하여 이를 농업 전반에 공유하여야 한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는 현재 빅데이터를 활용한 ‘수급정보시스템 고도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농산물 생산부터 유통, 소비까지 이어지는 과정의 정보를 잘 활용한다면 과잉 공급이나 부족으로 인해 농산물의 가격 급등락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aT는 현재 농산물 수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 기상·통계 등을 보유한 약 20개 기관과 정보를 공유해 이를 수급조절에 활용하는 시스템 구축에 전념하고 있다.

작황 및 수요 예측 자료를 기초로 농업인들은 체계적인 영농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소비자들은 사전에 식재료 구매계획을 세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농업분야가 다른 분야에 비해 다소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농산물 수급관리 부분에선 곧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농업 선진국은 4차 산업혁명의 기회를 농업 재도약의 발판으로 활용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유럽은 2014년부터 유럽연합(EU) 차원에서 농업기술 정책을 만들어왔다. EU에서 정책 방향을 제시하면 네덜란드, 프랑스 등 소속국가 연구진들이 팀을 꾸려 기술을 개발한다.

대표 프로젝트 IoF(Internet Of Food and Farm)2020은 유럽 전역의 곡물·과수·채소·낙농 등 농업 전반에서 나오는 생육 및 소비 데이터를 집약한다는 구상으로 16개국, 70여개의 연구단체와 기업이 참가하고 있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은 그저 옛말이 아니다. 농업은 여전히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국민경제의 근간으로 우리 농산물의 생산기반 유지에 관심을 지속적으로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다.

자연과 환경변화를 완벽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지만 빅데이터를 활용한 수급조절을 디딤돌 삼아 우리 농업이 행복해지는 미래를 기대해 본다.

제주일보 기자  isuna@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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