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남벽 탐방로 개방 '순서'가 틀렸다
한라산 남벽 탐방로 개방 '순서'가 틀렸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12.1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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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제주도가 당초 내년 3월 계획했던 한라산 남벽탐방로 재개방 방침을 사실상 접은 것으로 보인다. 외형상 이유는 탐방로가 다시 열릴 경우 예상되는 자연훼손 논란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 이면에는 ‘사정변경’이 주요인이 됐다. 그 출발점은 지금 제주의 상황과 무관치 않다. 제주는 연간 외부에서 찾아드는 관광객만 해도 1500만명에 이르면서 크고 작은 부작용이 이어지고 있다. 말 그대로 급속한 개방의 여파로 제주 곳곳에서 생채기가 생겨나고, 한라산국립공원 또한 예외가 아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자연보호를 위해 닫아놓았던 탐방로를 재개방하는 것은 한라산 보전보다는 이용을 우선하자는 것과 다름없다.

남벽 탐방로는 한라산 백록담 바로 밑 남벽 분기점에서 동릉 정상까지 이어지는 약 800m 구간이다. 1986년 등산로가 개설된 후 이용객 증가로 등산로 일부가 붕괴해 1994년부터 출입이 금지됐다. 이와 관련, 제주환경운동연합과 (사)곶자왈사람들은 지난 6월 기자회견을 통해 남벽 탐방로 재개방 계획 백지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 단체는 자연휴식년제 이후 아직까지도 복구가 되지 않은 남벽탐방로를 재개방하려는 것은 한라산 보전관리 정책의 후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일부 탐방로에 등반객이 몰리고 있는 것이 문제라면 적정한 수의 탐방객을 수용하려는 수요관리정책이 선행돼야 한다”면서“지금이라도 더 많은 탐방객을 수용하려 할 것이 아니라 적정한 탐방객 수용으로 질적인 탐방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들 환경단체의 주장은 지금 제주의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적지 않은 도민들은 이들 단체의 주장을 공감하고 있다. 한라산 남벽탐방로 복원 및 재개방을 추진해 온 제주도 또한 이를 모를 리 없다. 따라서 제주도가 한라산 남벽탐방로 재개방 계획을 접은 것은 잘된 결정으로 판단된다.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한라산국립공원 탐방객은 9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물론 이는 사드 한반도 배치의 여파로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제주방문이 중단된 영향으로 지난해 보다 7% 정도 줄어든 수치지만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한라산 탐방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성판악탐방로는 32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찾았다. 제주도는 성판악 탐방로 집중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남벽탐방로 재개방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제주도의 정책은 결국 한라산에 더 많은 탐방객을 불러들일 수밖에 없다. 이는 엄밀하게 보면 한라산 보호정책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한라산뿐만 아니라 제주를 대표하는 자연유산이 탐방객 증가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탐방객 증가로 제주의 유산자원이 야금야금 훼손 되고 있다. 지금 제주도가 우선 추진해야 할 정책은 한라산이 수용할 수 있는 ‘적정 탐방인원수’를 찾아내 이를 실행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남벽 탐방로 개방문제를 생각해도 늦지 않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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