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의 유효기간
약물의 유효기간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12.1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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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진. 의학박사·가정의학과 전문의

[제주일보] 밤에 열이 나서 ‘상비약’을 뒤지다가 ‘유효기간’을 막 지난 해열제를 발견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혹은, 다 먹지도 않았는데 도중에 유효기간이 지나버린 영양제가 있다면….

유효기간이란 ‘온전한 약효, 구체적으로 원래 효력의 90% 이상이 남아있음을 제조사가 보장하는 기간’이다.

1979년, 이를 기준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약품을 유통시킬 수 있는 기간을 제한하며 ‘유효기간’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의약품에 대한 안전장치를 강화하는 조치였지만, 이로 인해 폐기되는 약물이 유발하는 경제적 손실도 상당하다.

유효기간을 넘긴 상비약을 교체하는 데 매년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던 미국 국방부에서 ‘유효기간’에 대해서 의문을 품고 조사한 사건은 유명하다.

2006년 발표에 따르면 검사 대상의 88%에서는 유효기간을 평균 66개월 더 연장할 수 있었음에도 버려지고 있었다.

실제로 대부분의 의약품들은 개봉하지 않은 상태에서 적절하게 보관됐다면 유효기간을 며칠이나 몇 주 지나쳤다고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래된 약물이 독성이 있는 물질로 변한다는 근거도 아직까지는 없다.

하지만 ‘와파린’이나 디곡신, 항경련제 등과 같이 ‘치료용량범위’가 좁은 약물에서는 적정한 혈중 농도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므로 유효기간이 지난 약을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또한 니트로글리세린처럼 화학적으로 불안정한 약물(보통 은박지에 낱개로 포장된다), 인슐린과 같이 변질되기 쉬운 생물학제제, 그리고 액체로 된 약제들도 유효기간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유효기간은 포장이 개봉되지 않았을 때만 유효한 의미다.

개봉된 이후라면 어떨까. 병에 든 알약인 경우에 개봉 후 최대 1년 정도를 유효기간으로 본다(병에 개봉날짜를 표시해 두시라).

물론 그 동안에도 제조사가 정한 유효기간이 만료되면 버리는 것이 현명하다.

유효기간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불필요한 낭비와 불안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의문이 생기면 인터넷보다는 주치의에게 문의하는 것이 안전하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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