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를 사랑한 소년, 그 끝은…
뱀파이어를 사랑한 소년, 그 끝은…
  • 이승현 기자
  • 승인 2017.12.08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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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톡] 영화 '렛 미 인'
외로웠던 소년, 운명적 사랑에 빠져
잔혹한 동화의 비극적 결말 등 암시

[제주일보=이승현 기자] 어느 새 가을이 지나버리고 불쑥 겨울이 찾아왔다. 한라산에는 벌써 햐얗게 눈이 쌓였다.

올해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나는 누구와 만나 인연을 쌓아왔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문득 떠오른 영화가 있다. 새하얀 눈에 뿌려진 붉은 피처럼 대조되는 순수한 사랑과 살인·흡혈이라는 비극이 혼합된 잔혹한 동화, 외로웠던 소년과 뱀파이어 소녀의 이야기 ‘렛미인(2008년 개봉)’이다.

학교에서 따돌림과 집단 괴롭힘을 당하던 12세 소년 오스칼(카레 헤레브란트)은 어느 눈 내리던 밤 옆집으로 이사 온 소녀 이엘리(리나 레안데르손)를 만나게 된다. 매일 밤 집 앞 공터에서 만나며 두 아이들은 금세 가까워지게 된다. 오스칼은 그녀의 ‘아버지’로부터 받는 알 수 없는 경계심에 의아해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한편 그녀가 이사 온 뒤로 조용한 마을에는 알 수 없는 살인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오스칼은 이엘리가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스웨덴 작가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의 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는 한 소년이 사랑을 알게 되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또한 소년과 소녀의 운명적인 사랑이 영화의 표면적인 주제라면 사랑의 비극적 결말, 사랑에 의해 발생하는 폭력의 삶과 고통 등을 이면에 담고 있다.

당하면 그만큼 되받아치라는 소녀의 충고에 소년은 자신을 괴롭히던 아이들을 폭력의 힘으로 누르면서 벗어나게 되고 자신감을 되찾는다. 괴롭히던 이들에게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잔인해져야 하는 것이다. 결국 오스칼은 불량배들에게 목숨을 위협받게 되고 이를 이엘리가 나서 구해준다.

이엘리 덕분에 외로움에서 벗어난 오스칼은 그녀를 운명이라고 받아들인다. 그리고 한 곳에 오래 머무를 수 없는 그녀와 함께 마을을 떠난다.

극중 ‘아버지’는 사실 뱀파이어 소녀의 연인이다. 수십년 전 이엘리를 사랑했던 한 소년이 나이를 먹어 주변 사람들이 아버지와 딸로 오해할 정도의 모습이 된 것으로 추측된다. ‘아버지’는 이엘리가 마실 피를 구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다. 결국 경찰에 잡힌 그는 이엘리에게 자신의 피를 주고 자살하는 것으로 비극적 최후를 맞는다.

어린 시절 사랑에 빠진 소녀의 비밀을 알게 된 소년은 그녀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평생 그녀를 위해 헌신한다. 이것은 앞으로 오스칼에게 펼쳐질 미래일지도 모른다.

소년에게 소녀는 영원한 사랑일까, 남은 삶 동안 함께 할 고통일까….

이승현 기자  isuna@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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