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벌판 지나 마침내 '미지의 세계'에 도착
끝없는 벌판 지나 마침내 '미지의 세계'에 도착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12.0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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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아시아의 중심 투바공화국을 가다
(21)사슴족과 샤먼의 고장 투바를 찾아서<3>-투바의 수도 ‘키질’
한국을 떠나 5일 만에 도착한 투바공화국의 수도 ‘키질’. 인근 언덕에 올라 내려다보니 예니세이강을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돼 있다. 투바공화국의 인구는 30만명으로 그 중 10만명이 이곳 키질에 살고 있다고 한다.

[제주일보] 엄청난 속도로 한참을 달렸으나 그 자리에 그냥 있는 것 같이 보이는 시베리아 벌판. 자작나무숲 너머로 노랗게 물든 유채꽃과 귀리. 밀밭이 너무 방대합니다.

이렇게 거대한 평원을 보니 예전에 미국 시카코주와 몽골의 다리강가지역에서 보았던 드넓은 초원이 생각나는 군요. 부럽습니다. 멀리 목초를 베어 묶어 놓은 것들이 마치 풀을 뜯는 소 떼처럼 보입니다. 몇 개의 크고 작은 마을들을 지나 밤늦게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습관이 돼서인지 여행을 와서도 항상 새벽이면 일어나게 됩니다. 곤히 자는 다른 사람들을 깨울까 조용히 문을 열고 사진 찍으러 나갔습니다.

안개가 잔뜩 덮여 앞이 전혀 안 보이는군요. 한참을 서성거리고 있으니 서서히 안개가 걷히면서 시야가 트여 산을 오르는데 습지를 겨우 빠져나와 등성이를 올라서자 산 아래로 구름이 장관입니다.

새벽에 일어나 보니 안개가 잔뜩 덮여 있다. 산 위에 올라서자 운해가 넓게 펼쳐져 장관을 이뤘다.

산굽이마다 운해가 펼쳐졌는데 제가 사진을 찍으면서 이렇게 넓은 운해는 처음 본 것 같습니다. 사방을 돌려가며 정신없이 사진을 찍다보니 어느 새 해가 한참을 떠올랐군요. 혹시 일행이 기다릴 것 같아 서둘러 내려왔으나 간밤에 너무 피곤했던지 그 때까지 자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늘이면 참으로 더웠던 8월도 마지막입니다. 이곳 시베리아는 아침저녁으로 춥다고 느낄 정도로 날씨가 서늘한데 제주도는 아무리 8월이 지났다 해도 여전히 덥겠죠.

마음은 하루라도 빨리 투바공화국으로 가고 싶지만 그쪽 차량을 빌리는 날짜가 맞지 않다는 이유로 하루하루 늦춰지고 있어 답답합니다. 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내고 새벽에 길을 나서려고 서두는데 말썽만 피우던 한 친구가 드디어 일을 벌이는군요. 밤새 술을 마시고 떠들고 난리를 치더니 지갑과 여권을 잃어버렸다는 겁니다. 답답합니다. 욕할 수도 없고, 온 짐을 다 뒤지고, 난리를 쳤지만 찾을 수가 없다는데 다행히 여권은 다른 주머니에 있다는군요. 그나마 다행입니다. 여권마저 잃어버렸다면 이번 여행은 완전히 망칠 뻔 했지요. 어느 여행이든 이런 사람이 꼭 하나씩 있답니다.

이런저런 사정을 안고 다시 투바로 갑니다. 차 속 분위기가 엉망이지만 어쩝니까. 흔들리는 차 속에서 꾸벅거리다 보니 투바공화국 국경이랍니다.

덜컹거리는 차 속에서 잠깐 졸다보니 투바공화국 국경지대다. 하얀 대리석에 국기가 걸려있고 옆에는 파란 천을 달아 놓은 사슴족의 게르가 세워져있다.

산등성이 길 한 쪽에 큰 비석과 몽골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오보와 비슷한 돌무더기와 나무를 세워 파란 천들을 걸어 놓은 모습이 마치 몽골과 비슷합니다. 여기부터는 투바공화국 땅이라는 설명을 들으니 이제야 본격적인 투바여행을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산길을 돌아 한참을 달려 차를 세우더니 저 아래를 보라는군요. 작은 도시인데 넓은 초원을 직선으로 곧게 뻗은 길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직선 길이고 다니는 차가 없어 엄청난 속도로 20여 분을 달려도 그 자리에 서 있는 느낌입니다. 달리는 차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꼭 몽골처럼 보입니다. 가는 곳곳에 오보와 탑들이 수없이 세워져 더욱 그렇군요.

도시를 벗어난 초원지대에 세워진 오보와 탑들 모습. 몽골과 비슷하다.

나무 한 그루 없는 초원을 얼마나 달렸을까? 산등성이를 내려서니 멀리 큰 도시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저곳이 바로 투바공화국 수도 키질이라는군요. 참으로 멀리 돌고 돌아 온 느낌입니다. 한국을 떠나 5일 만에 이번 여행의 목적지인 투바에 도착한 것이죠.

언덕에 올라 내려다본 키질은 예니세이강이 가로질러 형성돼 있습니다. 투바의 면적은 우리나라 두 배이나 인구는 30만명이고, 이 중 10만명이 이곳 키질에 살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도시에 들어서니 무척 깨끗하군요. 길가에서 만난 사람들은 전통적인 몽골사람 모습인데 자신들은 투바민족이라는 자부심이 강한 민족이랍니다. 도시 곳곳에는 몽골식 게르(Ger)가 세워져있고 식당도 몽골 게르로 만든 곳에서 몽골식 음식이 나옵니다. 음식을 먹으면서 본 TV에서는 이곳에서 매년 열리는 투바 최고의 축제가 ‘나아딤’이라는데 씨름이며, 말 달리기는 꼭 몽골의 나담축제와 같군요. 문화적 특징은 몽골, 부랴트, 알타이, 러시아의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혼재했다고 합니다.

길거리에서 만난 투바 사람들.

중앙아시아에 숨어 있는 투바공화국은 동시베리아 남서쪽(바이칼 호수 서남부)에 위치, 서쪽으로 하카시야 공화국과 알타이 공화국, 동쪽으로 부리야트 공화국, 북쪽으로 크라노야르스크 변경, 남쪽으로 몽골과 접경에 위치해 있다고 합니다. 이제 투바에 도착했으니 내일부터 본격적인 ‘미지의 세계’ 투바를 돌아다닐 생각에 지금껏 고생은 싹 잊어야겠죠.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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