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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득 차 있는 광장을 기대한다
부남철 기자 | 승인 2017.12.06

[제주일보=부남철기자] 제주시가 현재 시청 부지에 시민문화광장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지난 4일 밝혔다. 그동안 시청사 이전을 놓고 많은 논란을 겪은 끝에 현재 종합민원실이 있는 부지에 청사를 새롭게 짓고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본관 건물을 제외한 주변 부속건물을 철거하고 문화광장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제주시의 구상대로 광장이 들어선다면 제주시의 또 다른 랜드마크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표 광장을 꼽으라면‘광화문 광장’이라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기자가 서울 주재기자 생활을 마무리한 시기가 2002년 한일 월드컵이 한창 열리던 2002년 7월이었다. 모두가 기억하겠지만 이 시기 우리나라는 광장이 필요했다. 하지만 광장이 없었기 때문에 국민 모두에게 각인돼 있는 광화문에서의 응원은 광장이 아닌 거리에서 이뤄졌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시는 600여 년 역사를 지닌 중심거리 세종로를 차량 중심에서 인간 중심의 공간으로 전환하고, 세종로의 옛 모습인 육조(六曹)거리 복원을 통한 역사ㆍ문화 체험 공간으로 재탄생시킨다는 목표아래 2008년 5월 27일 착공, 2009년 8월 1일 개장해 시민에게 개방했다.

시민에게 개방된 광화문 광장은 지난 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진과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시위가 열리면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말 그대로 ‘한국의 대표 광장’이 됐다. 

광장의 사전적 의미는 도시 속의 개방된 장소로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다. 특히 서양의 도시는 광장을 중심으로 해서 발달했으며 광장은 유럽 도시구조를 특징짓는 중요한 공간이다.

우리가 광장하면 가장 자주 듣는 말이 ‘아고라((agora)’이다. 고대 그리스 도시에 있던 광장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뜻이다. 이 뜻과 같이 아고라는 시민생활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곳이어서 종교ㆍ정치ㆍ사법ㆍ상업ㆍ사교 등이 행해지는 사회생활의 중심지였다. 그 주위에는 공공생활에 필요한 건축물들이 둘러서 있고 회의장ㆍ사원(寺院)ㆍ점포 등이 들어서면서 자연스럽게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이렇게 광장은 시민의 사회생활의 중심이 되는 곳이었다.

그러나 산업혁명(産業革命) 이후에 자본주의 도시가 들어서면서 시민들의 광장에 대한 흥미는 쇠퇴했고 광장 대신에 철도나 공장·빌딩 등 산업시설이 도심지에 건설됐다. 이런 광장의 쇠퇴는 공동체 의식의 약화를 가져왔고 광장이 사라진 도시는 정신적으로 황폐화했다.

이렇게 광장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그 사회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고경실 시장은 시민문화광장 조성과 관련된 기자회견에서 “시민의 다양한 문화 욕구가 증가하고 문화ㆍ사회적 행사 수요가 폭증하고 있어 시민광장 조성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생태관광으로 관광객을 유입하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시민문화광장 조성을 통해 제주시청부터 원도심을 거쳐 탐라문화광장에 이르는 도심 내 인문 문화관광 상품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주시는 시민문화광장 조성을 위한 기본 구상으로 시민들이 만나고, 이야기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광장을 조성함으로써 도심관광 시대를 만드는 복합문화 공간인 예술문화공간, 시민 휴식공간, 다양한 시민 이벤트 공간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광장을 돌려주겠다고 밝히고 있다.

제주에는 ‘광장’이라는 명칭을 가진 장소가 몇 군데 있다. 하지만 그 광장들이 진정한 의미의 광장은 아니었다. 이름과 형태만 광장이었지 그 내용은 텅 빈 공간이었다. 광장은 빈 공간이 아니라 가득차 있는 공간이다. 제주시가 이번에 추진하는 시민문화광장은 늘 가득차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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