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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 12월-끝과 시작강은숙 서울가정법원 상담위원 / 숙명여대·가천대 외래교수
제주일보 | 승인 2017.12.05

[제주일보] 어느 새 12월이다. 12월은 한 해의 끝이기도 하고 새로운 해를 열어주는 1월과 맞닿아 있어 시작과 근접한 해이기도 하다. 이렇듯 끝과 시작은 맞물려 있다.

어느 새 다가온 12월은 문득 한 해의 끝이란 느낌 때문에 쓸쓸하면서도 남아 있는 시간들을 생각하면 아까운 마음이 들어 더욱 소중해 지는 그런 마음이 교차한다.

온 생애를 살아낸 특별한 존재로 내 앞에 오는 내담자들을 언제나 집중해 만나고자 했는데 그 중 부모의 죽음을 경험한 미성년 자녀들과 후견인을 만나는 ‘미성년 후견 상담’과 이혼 후 아이와 함께 사는 부모 그룹, 아이와 헤어져 사는 부모 그룹, 그리고 부모의 이혼을 경험하는 자녀들이 모인 그룹들이 연대를 이뤄 함께 만나는 ‘지지그룹의 상담’ 시간을 각별히 보냈던 듯 하다.

부모의 죽음을 경험한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후견인이 돼 아이들의 큰 울타리가 되어 주는 어른들과 어린 나이에 부모의 죽음을 경험하는 큰 슬픔 속에서도 반짝이는 희망을 잃지 않는 아이들을 보며 삶이 주는 숭고함을 느끼고 눈시울이 붉어지는 순간들을 경험했다.

부부 갈등 중, 수많은 고심 끝에 이혼을 선택한 후 ‘부모’라는 이름을 지키기 위해 아이와의 면접교섭을 협조적으로 이뤄내는 부모들, 그리고 부모의 이혼을 경험하면서도 건강하게 성장하는 아이들. 그들이 모여 자신들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들을 소중히 꺼내며 서로에게 어깨를 내어주는 모임인 지지 그룹. 그들과 만나면서 행복하다는 느낌을 오롯하게 가졌었다.

‘자녀중심 가사재판’이라는 장창국 판사님의 저서에 공동감수자가 돼 법원에서 행해지는 가사상담의 상담위원으로 자녀들의 심리, 부모의 역할 등 다양한 각도의 이야기들을 첨언하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비양육 부모를 위한 길라잡이’ 책을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저술했고 올해는 ‘양육 부모를 위한 길라잡이’ 책을 이어 저술했다. 이혼 후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가 가지는 심리상태를 공감·격려하며 자녀를 위해 노력해야 할 부분들에 대한 안내를 법률, 행정, 심리, 교육 전문가가 한 팀이 되어 저술하는데 공저자로 참여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이혼’이라는 인생의 사건을 경험하는 부모, 자녀들에게 이혼이 가족의 파괴가 아닌 가족의 변화이며 지금보다는 더 행복하기 위한 현명한 선택이었음을 공감하며 앞으로 펼쳐질 시간들을 건강하게 예측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작업은 특히 더욱 세심한 접근을 하고자 참여자 모두 주의 깊게 임했다.

누군가 만나게 되는 이혼이라는 삶의 사건에 안내자 역할을 한다는 것은 귀하기도 하고 어렵기도 한 작업임을 새삼스레 느끼는 시간이었다. 각각의 분야의 전문가들은 서로에게 스승이 되기도 했으며 무엇보다 안내하고자 하는 그 대상들이 결국 가장 큰 스승임을 잊지 않고자 했다.

그리고 올해 나를 둘러 싼 가족들은 두 자녀가 미성년을 마치고 성년의 나이로 진입했고 친정엄마가 하늘나라로 이사를 가는 변화를 겪었다.

자녀가 한 살 한 살 성장하는 시간을 겪으며 ‘세상에 가장 힘든 일은 부모가 되는 것’이라는 말에 무한 공감을 하게 된다. 그럼에도 이 세상 살아감에 내가 받은 가장 큰 선물은 ‘엄마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것’임을 또한 잊지 않는다. 그 큰 선물을 받은 나 또한 나의 부모에게 가장 큰 축복이었음을 새삼 느낀다. 이렇게 올 한해의 끝에서 조금씩 다가오는 시작을 바라보며 한 해를 되짚어 보는 시간, 가슴에 ‘감사함’과 ‘늙어감에도 늘 배우기를 잊지·잃지 않으려는 마음’을 아로 새긴다. 그리고 나지막히 쉼보르스카의 ‘끝과 시작’에 실린 시를 소리내어 낭송해 본다.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미소 짓고, 어깨동무하며 우리 함께

일치점을 찾아보자.

비록 우리가 두 개의 투명한 물방울

처럼 서로 다를지라도….

제주일보 기자  isuna@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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