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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白壽) 인생현태용. 수필가·제주동서문학회장
제주일보 | 승인 2017.12.05

[제주일보] 요즘, 노년층에서 즐겨 부르는 노래가 있다. 가수 이애란의 민요풍의 ‘백세인생’이란 노래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남녀 할 것 없이 50대에서 90대까지는 위안을 삼나보다. 이제 화자(話者)도 여건만 된다면 80대가 되어서도 노랫말처럼 아직은 쓸 만 하다고 염라대왕께 전해달라고 핑계를 댈 참이다.

지금 세상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 같다. 탈무드에 보면 원래 조물주는 사람과 소, 개, 원숭이에게 30년씩을 줬다. 소와 개 그리고 원숭이는 30년이란 세월은 너무 길다고 항의하자 10년씩만 살라고 했다. 나머지 나이는 묵묵하게 있던 사람에게 줬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소와 개, 원숭이가 준 나이를 합쳐 90년을 받은 셈이다. 그래서 30세가 넘으면 50세까지는 소가 준 나이기 때문에 소처럼 부지런히 일하면서 살아야 하고, 50세가 되면 자기 식구들을 위해서 70세까지 개가 집을 직해 주듯 개처럼 살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70세부터는 원숭이가 재롱을 부리듯이 자기 손자들에게 재롱을 떨면서 원숭이처럼 살아야 된다. 건강하게 규칙적인 삶을 사는 자들에게만 주어지는 혜택이다. 하지만 요즘 의료기와 의학, 영양식이 발달되면서 원숭이를 포함한 다른 동물들도 100세를 바라보고 있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다. 사람, 동물 할 것 없이 90은 물론 백수 이상을 사는 시대가 되었으니 참으로 놀라운 세상이 되었다. 비록 오래 살아야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것을 갖춰졌다면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

넉넉한 사람들이야말로 100세가 넘도록 평생 살기를 원하지만 다른 세상으로 하루라도 빨리 데려다 주기를 원하는 사람도 있다. 세상 살아가는데 녹록치 않고 바람 잘난 없는 괴로운 사람들의 소망 아닌 소망이다.

거동을 못하는 화자의 어머니는 알아서 갈 테니 재촉 말라고 전해달라는 나이인데도 먼저 세상을 떠난 딸자식의 이름을 부르며 빨리 데려가 달라고 매일같이 푸념 섞인 애원을 한다. 그 얘기를 들을 때마다 자식들은 안쓰럽고 속상하지만 당신의 마음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하기야 식물인간처럼 살고 있으니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고 자기 때문에 고생하는 자식들을 보면서 얼마나 빨리 떠나고 싶으랴.

그러나 자식들의 입장은 다르다. 100세에 저 세상에서 또 데리러 오거든 좋은 날, 좋은 시에 간다고 전해라는 노랫말과 150세가 되어 데리러 오거든 이미 극락세계에 와 있다고 전해라는 노랫말처럼 백수가 넘어 다른 세계에 가서라도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하는 소망을 갖는다.

이제 우렁찬 울음으로 시작되었던 닭의 해 정유년(丁酉年)도 삼매에 들었다. 어느덧 한해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세월이 쏜살같다. 이때에 나이 숫자를 붙여 부르는 대중가요가 잠시나마 우리의 마음에 위안을 주는 것 같다.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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