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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투명한 유리의 집에서 살고 있는가?양금희. 시인 / 제주대학교 제주씨그랜트센터 연구원
제주일보 | 승인 2017.12.04

[제주일보]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이 있다. 사생활이나 비밀이 지켜지기 어렵다는 교훈을 주고 있는 속담이다.

그런데 지금은 사회구성원들의 모든 말과 행동이 감시되며 기록되고 있는 세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 우리 주변에는 첨단화된 감시장비가 설치되어 사방팔방에서 우리를 감시하고 있는 것이다. 사물인터넷의 발전으로 범죄율 감소를 위해 도입된 CCTV나 차량용 블랙박스 등의 감시기기가 통합되어 모든 시간 모든 장소의 상황이 감시되고 기록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으로는 범죄율을 감소시키고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 주는 장점도 있는 반면 개인의 사생활 침해라는 단점도 노정하고 있다.

최근 IP카메라를 해킹하여 수천 명의 사생활을 불법으로 촬영하여 인터넷에 동영상을 유포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사생활 침해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IP카메라는 유·무선 인터넷과 연결하여 PC나 스마트폰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집안의 상황을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보통은 집안상태를 외부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하거나 방범용으로 가정이나 상점 등에 설치하고 있다. 그런데, 보안과 편리를 추구하기 위해 설치한 첨단 감시기기가 악용되어 보호되어야 마땅한 사생활을 자신도 모르게 노출시키는 사태도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주장한 공리주의 철학자인 제러미 벤담(Jeremy Bentham)은 최소한의 비용과 최소한의 인력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원형감옥형태의 시설인 파놉티콘(Panopticon)모델을 고안해 냈다. 파놉티콘은 원형건물 중앙에 수용자들을 감시할 수 있는 높은 감시탑을 세우고 모든 수용자들의 방을 최소한의 인원과 비용으로 감시할 수 있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파놉티콘의 원리는 감시자는 수용자의 일거수일투족을 훤히 볼 수 있는 반면 수용자는 감시탑에 감시인이 있는지 없는지도 알 수 없고, 자신이 감시당하고 있는지도 전혀 알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수용자들에게 감시인의 감시여부와 상관없이 스스로를 감시당하고 있는 것과 같이 통제할 수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오늘날의 CCTV 등의 감시기기가 발전하면서 파놉티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파놉티콘은 소수의 인원으로 다수를 통제하는데 효율성의 극대화를 꾀할 수 있다.

벤담이 고안한 파놉티콘 형태의 감시시설은 일상생활까지 깊숙이 침투해 있다. CCTV인 경우 학교, 병원, 은행, 군대, 작업장, 관공서, 아파트, 찜질방을 비롯하여 소형 점포며 동네골목까지 더욱 촘촘해지고 정교해지고 있다. 대중교통수단부터 일반자동차에까지 설치된 블랙박스에도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 감시되고 기록되고 있는 것이다. CCTV는 범죄 예방 효과를 극대화하여 범죄 발생률을 감소시키는데 기여한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 범죄가 발생했을 때는 범인의 행동 경로를 추적하거나 CCTV상에 기록된 영상을 토대로 범인검거에도 일조를 하고 있다. 도시 안전화를 위한 스마트시티가 본격화되면서 파놉티콘의 역할은 더욱 촘촘해지고 정교해지고 있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CCTV 등의 감시기기가 없는 세상을 추구해야 할까? 아니면 사생활이 침해당하더라도 범죄예방을 위한 감시 체계를 더욱 정교화 해야 할까? 이것은 쉽게 선택할 수 없는 문제이며 오랫동안 쟁점이 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추세는 점차로 파놉티콘의 세계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국민이 안심하고 생활하면서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범죄를 줄이고 좀 더 안전한 사회를 지향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장소에만 감시장비가 설치되어야 하며 사생활 침해 방지에 더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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