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 피해현장을 다녀와서
포항 지진 피해현장을 다녀와서
  • 제주일보
  • 승인 2017.12.03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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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형원 제주시 안전총괄과

[제주일보] 규모 5.4의 지진에 포항 일대가 흔들렸다. 불행 중 다행으로 큰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진앙지가 얕아 건물 피해가 심하고, 많은 주민들이 갈 곳이 없어 인근 실내체육관이나 교회에 기거하고 있는 소식이 연일 이어졌다.

지진이 발생한 지 7일째인 지난 11월 21일 제주시 자율방재단과 공무원들이 작은 손길이라도 보태기 위해 급히 포항으로 향했다.

지진 피해현장은 포항의 자원봉사자와 해병대 장병, 그리고 철강기업 직원들이 동원되어 어느 정도 정리된 상태였다. 우리는 제주도개발공사에서 협조한 생수 1만여 병을 전달하기 위해 포항 한마음체육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곳에는 개인과 기업, 지자체 등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구호물품이 넓은 체육관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자원봉사자 인원이 부족해 포항시가 요청함에 따라 한마음체육관에서 하루 동안 구호품을 하역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도왔다.

예로부터 어려운 재난을 겪을 때마다 우리는 서로 돕는 ‘환난상휼’의 미풍양속을 실천해 왔다. 제주지역도 2007년 태풍 ‘나리’로 큰 피해를 입었을 당시 전국 각지에서 도움의 손길을 받은 바 있다.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로 여겨졌지만 규모 5 이상의 지진이 잦아진 지금 제주 역시 더 이상 안심할 수만은 없다. 이번 지진으로 필로티 건물의 건축공법 문제와 부실시공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데, 최근 제주에도 같은 공법의 건물이 다수 들어서 있다. 또 제주섬 지하에는 우리의 생명수가 보존돼 있다. 지진으로 인해 기반시설에 피해가 발생해 하수 또는 쓰레기 침출수가 지하로 유입된다면 엄청난 재앙이 닥칠 것이다. 실질적인 제주형 지진방재대책이 필요한 때다.

이번 현지 경험을 통해 제주지역에 재난이 발생했을 때 보다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교훈을 얻었으리라 생각한다.

제주일보 기자  isuna@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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