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에서 배우다
잘못에서 배우다
  • 고선호 기자
  • 승인 2017.12.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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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고선호 기자] 지난달 현장실습 과정에서 불의의 사고로 특성화고 고(故) 이민호군은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이과 관련해 교육당국의 부실한 관리체계와 해당 산업체의 근로행태에 대해 국민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제는 지역사회를 넘어 국가적 사안으로 확산된 이번 현장실습 사고는 세월호 사고 이후 여전히 학생 안전에 대한 교육당국의 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준 계기가 됐다.

이번 사고는 교육당국과 산업체의 잘못만이 아닌 그동안 우리 사회의 인습적 근무행태를 방관해온 모든 어른들의 잘못이다.

그 중 특히 어른들의 잘못된 교육개념이 이 같은 사고를 초래했다고 여겨진다.

학생의 미래, 인성 함양, 특기·적성에 맞는 개별화된 교육에는 등을 돌린 채 실적, 즉 취업률에 매몰돼 한 실습생을 사지로 내몰았다.

꽃다운 18살, 산업현장에서 자신의 꿈을 위해 묵묵히 견뎌오던 이군은 그렇게 꽃조차 피우지 못하고 지고 말았다.

더 이상 아이들의 미래가 ‘취직’으로 점철돼선 안 된다. 보다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에서 원점부터 다시 살펴봐야 한다.

취업률 제고를 위한 정책 일색인 현재 특성화고의 문제점들을 근간부터 뜯어고쳐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한다.

이석문 교육감의 정책모토인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제주교육’의 근본은 학생들의 행복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이들에게 돈 버는 방법을 배우라고 학교에 보낸 게 아닙니다. 제 아이는 아니지만 자식을 둔 부모로써 가슴이 미어집니다.”

지난 2일 현장실습 사고와 관련, ‘고(故) 이민호 학생 사망재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촉구 촛불집회’ 현장을 찾은 한 학부모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교육당국은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교육의 본질에 대한 고민과 함께 특성화고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개선에 나서길 바란다.

고선호 기자  shine7@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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