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할 걸 말 걸' 하지 말고…
그때 '할 걸 말 걸' 하지 말고…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17.12.0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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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다시 12월이다. 돌아보면 즐겁고 보람된 일이 없었을 리 없다. 그런데도 가슴 속엔 회한과 안타까움이 가득하다.

연초 작정한 일 못한 건 답답하고 작은 욕심에 얽매여 허덕인 것, 가까운 이들조차 좀 더 따뜻하게 살피지 못한 건 부끄럽다.

얼마 전 만난 지인은 이런 말을 했다.

잘 나가다 최근 물러난 분을 만났더니 자신은 요즘 ‘할 걸’, ‘말 걸’밖에 생각이 안 난다고 해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었더니 현역에서 잘 나갈 땐 몰랐는데 밖에 나와서 보니 왜 그렇게 ‘그때 그렇게 할 걸‘, ‘그 사람에게 그러지 말 걸’, ‘좀 더 잘 할 걸’ 등등 ‘할 걸 말 걸‘ 생각이 그리도 많은지 현역에 있는 당신은 나중에 ‘할 걸 말 걸’ 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충고를 하더라는 것이다.

‘할 걸 말 걸’이란 게 결국 후회(後悔)의 다른 표현인데 지나고 나서 후회로 허우적거리지 말고 평소에 자신을 좀 더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지인의 얘기였다.

▲한 해를 마감하는 마지막 달의 첫 월요일.

‘할 걸 말 걸’ 하는 얘기를 하는 건, 경제가 어려운 만큼 살림살이가 팍팍해지고 사람들마다 마음의 여유가 줄어드는 것 같아서다.

그만큼 나중에 후회할 행동에 대한 유혹도 높아질 수 있어 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모든 사람이 한 해를 무사히 마무리 짓고, 새해를 희망으로 맞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후회도 인간의 일이라 아주 안 하고 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불필요한 행동으로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르고 후에 살림살이가 나아졌을 때 후회막급 통한의 눈물을 흘린들 그 마음 어디 편할 수 있을까.

우선 연말에 눈먼 돈이나 공짜 좋아하는 것은 금물이다. 살림살이가 팍팍하다고 아무 돈이나 챙기다가는 목에 가시가 되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공짜도 마찬가지다. 어디 눈먼 돈이나 공짜가 서민들에게까지 차례가 오겠는가마는 혹시 나 모르게 흘러드는 일도 경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가까운 사람들에 대한 배려를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내 코가 석자인데…’ 하는 식으로 자기 속으로만 매몰되면 스스로 외로움을 더 깊게 할 뿐이다.

그렇지 않기 위해선 마음을 좀 더 느긋하게 가질 필요가 있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받은 ‘섭섭통(痛)’과 속임을 당한 ‘울분통’에다가 이것 저것 잘 풀리지 않는 ‘답답통’ 등등 온갖 통증이 기세를 부리지만, 그렇다고 초조·안달한다고 해서 풀릴 것도 아니다.

더 멀리 보고 사소한 일들도 아껴보아야 하겠지. ‘조금 더 있다가’ 미루다가 나중에 그때 ‘할 걸 말 걸’ 하지 말고, 작은 일이라도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건강을 잃지 않는 것이다. 나이를 먹어가는 건 하나 하나 잃어가는 거라고 하는데 건강까지 잃는 건 최악이니까.

어렵다고 얼굴 찌푸리고 웅크린 채 있기 보다는 좀 더 웃고 어깨를 편 자세를 갖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지나간 것은 그런대로 다 의미가 있고, 이 또한 지나가는 한 해가 아닌가.

▲톨스토이는 소설과 참회록, 인생록 등 작품을 통해 여러 방면에 걸쳐 인생의 좌표가 될 명언들을 남겼다.

‘한 해의 마지막에 가서 그 해의 처음보다 더 나아진 자신을 발견하는 것’을 인생의 가장 큰 행복으로 규정한 사람도 톨스토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이런 저런 곡절을 겪기도 하고, 뼈아픈 실수도 하지만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가면서 조그만한 발전이라도 이뤄내는 것이 곧 행복의 조건이라는 뜻일 게다. 우리가 깊이 새겨들을 만한 얘기임이 틀림없다.

‘할 걸 말 걸’ 할 일이 아니다. 내일을 위해 오늘, 한 발짝이나마 나갈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작은 행복이 아니겠는가. 요즘 친박 터지는 꼴 보지 않는가? 대박 대박하지 말 일이다.

연말까지 남은 아직 네번의 토요일, 일요일. 작은 행복을 찾기에 충분하고 올 연초보다 더 성숙해질 시간이 있다.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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