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마을의 아주 조용한 도서관
시끄러운 마을의 아주 조용한 도서관
  • 고선호 기자
  • 승인 2017.11.30 2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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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톡-제주서부방음도서관

#항공기 소음 없는 특별한 공간

제주시 외도동과 도두동 인근을 지날 때면 한번쯤 항공기의 이착륙 모습이 눈에 들어오곤 한다.

누군가에겐 특별해 보이는 광경일지 모르지만 그 지역 주민들에게는 늘 끼고 살아야 할 불편한 ‘골칫거리’다.

시끄러운 항공기 소음에 편안히 쉬기 어려울 때도 있고 학생들은 시험기간만 되면 동네를 벗어나 다른 지역에 있는 도서관이나 독서실로 피난을 떠나기 일쑤다.

이 같은 상황에 지역주민들의 문화 여건 개선,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마련된 특별한 장소가 있다. 바로 ‘방음도서관’이다.

이름도 생소한 ‘방음도서관’은 제주서부방음도서관이라는 이름으로 6년 전인 2011년 전국최초로 제주시 도두동 제주공항 활주로에서 불과 200~300m 떨어진 도리초등학교 옆에 개관했다.

제주서부방음도서관은 공항과 가깝게 인접해 있지만 조용한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지역주민들에게 보다 나은 문화생활 환경과 면학분위기 조성을 위해 마련됐다.

2009년 당초 제주시는 해당 지역주민들에게 가구별로 공항소음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해주려고 했으나, 지역 어린이들의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의미 있는 시설을 조성하자는 주민들의 합의에 따라 도서관 조성을 지원했다.

이에 도두동 지역주민들은 2009년 12월 제주어린이서부방음도서관 건립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도서관 조성을 위한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이후 2011년 제주서부방음도서관을 명칭을 변경하고 같은 해 11월 면적 331.49㎡, 지상 3층 규모의 방음도서관을 개관했다.

현재는 제주서부방음도서관운영위원회(위원장 고연종)가 운영·관리 전반을 맡고 있다.

이 도서관이 다른 도서관과 다른 점은 건물벽체가 방음벽으로 이뤄져 있으며, 유리창 또한 방음유리로 설치돼 있는데 이 방음창문의 두께가 일반유리보다 2배 가까이 두껍다.

그리고 건물의 벽체 또한 방음자제를 사용해 혹여나 새 들어올 수 있는 소음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지역주민의 쉼터가 되다

제주시 도두동 활주로 길을 따라 도리초를 향해 가다 보면 학교 동쪽에 자리 잡은 작은 도서관이 눈에 들어온다.

“방음이 아무리 잘 된다고 해도 비행기가 뜰 때는 시끄럽겠지.”

의구심을 품고 들어간 도서관 내부는 다른 여타의 도서관과 다를 것 없이 정적 그 자체였다.

비행기 이착륙과는 상관없이 도서관 내부는 고요함만 가득했다.

더욱 신기한 것은 비행기가 뜨고 내려가는 모습이 창문으로 한 눈에 보임에도 불구하고 아무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흔히 아는 방음용 판넬을 덕지덕지 붙여놓은 시설이 아닌 큰 통유리 창문에 평화로운 도서관의 모습인데도 말이다.

이 같이 시끄러운 바깥과 달리 조용한 분위기가 갖춰져 가족들과 책 나들이를 나온 가족들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 학업에 매진 중인 고등학생 등이 주로 찾으며 지역주민들의 쉼터이자 공부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가족들과 함께 책을 읽으며 한가로운 주말을 보내고 있던 서광식씨(45·남·제주시 도두동)는 “단순히 보상금만을 바랐다면 지금과 같은 호사를 누리기 어려웠을 겁니다”라며 “항공기 소음에 편히 쉬기 어려웠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이렇게 아들들과 책 한 권 읽으며 쉴 수 있는 쉼터가 있어 좋네요”라고 말했다.

 

#이제는 동네의 자랑 ‘방음도서관’

이 같은 방음도서관은 갖출 것은 다 갖춘 어엿한 도서관이자 지역의 명물이 됐다.

최신식 전자식 도서반납기와 도서살균기, 수 십대의 컴퓨터 시설이 갖춰진 멀티학습실, 조용한 분위기에서 공부할 수 있는 열람실, 동화책부터 백과사전까지 다양한 책들이 가득한 자료실 등 도서관이 갖춰야 할 필수요소들을 완비했다.

재능기부 봉사를 통해 사서를 맡고 있는 김수연씨(51·여·제주시 도두동)는 “도서관 설립 이후부터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 장서구비, 시설 개선에 꾸준히 노력해오고 있다”면서 “최근 도서관이 유명세를 타며 인근 지역에서도 찾아올 정도라 도서 마련에 더욱 신경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재로 인근 외도부터, 신제주권, 하귀에서까지 도서관을 찾는 이들이 늘어 주말에는 자리하나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많다.

개가자료실에서 만난 김도유 학생(중앙중3)은 “예전에는 아는 사람들만 찾는 숨은 명소였다면 지금은 누구나에게 사랑받는 지역의 명물이 됐다”며 “평소에도 사람들이 많지만 시험기간이 되면 주변 학교 학생들로 가득하다”고 말했다.

이제 방음도서관은 공항 인근, 항공기 소음 피해를 입고 있는 주민들을 위한 새로운 복지 혜택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 2일 제주시와 용담동 등에 따르면 용담3동에 주민편의시설 확충을 골자로 하는 (가칭)서북 방음도서관 건립 추진계획이 마련됐다.

이번 계획은 용담동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항공기 소음 피해를 입고 있는 반면 독서 인프라 등의 주민편의시설이 부족한 데 따라 문화시설 확충을 목적으로 기획됐다.

이에 올해 안으로 도서관 부지 매입을 추진하고 내년부터 오는 2020년까지 건립에 들어가 도내 두 번째 방음도서관이 건립될 예정이다.

고선호 기자  shine7@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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