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눈 뜨고 코 베인다
[기자수첩] 눈 뜨고 코 베인다
  • 현대성 기자
  • 승인 2017.11.29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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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현대성 기자] 순묵불극 혹상궐비(瞬目不亟 或喪厥鼻). 다산 정약용이 편찬한 속담집 ‘이담속찬’에 담긴 글귀로, 눈 깜빡임을 빨리하지 않으면 코를 잃는다는 뜻이다.

이 글귀는 ‘눈 뜨고 코 베인다’는 속담으로 전해져 우리에게 더없이 친숙한 말이지만, 최근 이 속담의 의미를 되새겨볼 만한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제주지역에서 잇따르고 있는 상표권 분쟁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세한 기업이 많고, 이주민들이 들어와 조그마한 가게들을 많이 내면서 제주만의 맛과 멋을 담은 상표들이 다른 지역에 뺏기는 사례가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부터 ‘언더제주’라는 브랜드 이름으로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와 건입동에서 제주 바다를 담은 캔들을 판매하고 있던 곳은 상표권을 출원하지 않은 채 부산의 ‘언더부산’에 상표권을 뺏겼다. 

지난해 11월 캔들 시장을 조사한다며 부산에서 자신의 가게를 찾았던 도외인 2명이 ‘언더부산’이라는 상표를 출원하고 가게 인테리어와 제품 디자인은 물론 명함 디자인까지 베껴 장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제주의 유명 김밥집인 ‘다가미 김밥’도 상표권 출원 없이 장사했다 서울에 상표권을 뺏길 뻔 했었고, ‘모닥치기’나 ‘더럭’ 등 제주의 고유 명칭과 관련된 상표권 분쟁도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의 브랜드를 지켜야 하는 것은 비단 업주들만의 책임이 아니다. 행정당국에서는 영세업주들의 상표권 인식 제고를 위해 꾸준히 상표권 관련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

특히, ‘돌하르방’이나 ‘성산일출봉’ 등 제주를 대표할 수 있는 상표에 대해서는 관련 조례를 도입해 이 같은 상표권을 제도적으로 보호할 필요도 있다.

눈 뜨고 코 베이는 것이 개인의 책임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두가 보는 앞에서 누군가가 함부로 다른 누군가의 코를 베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사회의 몫이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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