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화장품 산업
4차 산업혁명과 화장품 산업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11.2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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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창구. 제주대학교 화학·코스메틱학과 교수/논설위원

[제주일보] 2009년부터 보급이 시작된 스마트폰은 이미 우리의 일상에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실제적으로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91%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이렇듯 스마트폰은 보급된 지 10년도 채 지나지 않아서 현대사회의 생활방식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최근 세계 각국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슈로 난리법석이다.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는 ‘파괴적 혁신’, ‘초(超)연결’ ‘초(超)지능’으로 이제껏 인간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미래사회의 도래를 예측하고 있다. ‘4차 산업 혁명에 대한 총론과 당위성은 이해되지만 세부적 각론과 실체가 없다’는 비아냥도 일부 있었지만 언제부턴가 4차 산업혁명은 슬금슬금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전자에 기술된 스마트폰처럼 자연스레 우리의 일상을 지배할 것이라는 데도 이견이 없는 듯하다.

4차 산업혁명에는 화장품 산업도 예외가 될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는 선진국들은 경쟁력 우위 분야 중심의 플랫폼 구축을 시작으로 타 산업을 종속시키고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표준을 선점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맞춤형 화장품 판매업’ 신설을 추진하고 있고, 화장품 관련 디바이스 사용의 법적·제도적 뒷받침에 대한 노력도 경주하고 있다. 또한 최신 소비 트렌드 반영과 프리미엄 화장품 육성을 위한 기능성화장품 범위도 확대하였다.(2017년 5월, 11종)

국내 대기업과 벤처기업들의 기술 개발로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가상 메이크업이 시현되고, 레이저 프린터를 활용한 네일 스타일링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피부 유전체 분석 등 전문적 피부 진단을 통한 개인 맞춤형 화장품들이 소비자들을 만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3분 카레와 3분 짜장과 같이 3분 만에 맞춤형 화장품을 뚝딱 제조해내는 냉장고만 한 크기의 미니 화장품 공장도 국내에서 개발되었다. 이렇듯 4차 산업혁명의 각론과 콘텐츠에 걸맞은 개인 맞춤형 제품들이 적어도 화장품 산업에서는 일반화되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는 화장품 산업의 3대 성공 요소인 좋은 물, 유명 관광지, 잘 보존된 자연을 보유하고 있어 자타가 공인하는 화장품 산업의 최적지로 군림하고 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SK바이오랜드와 잇츠한불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이 앞다퉈 공장과 연구소를 제주에 설립하였으며 도내 화장품 기업도 120개사를 훌쩍 뛰어넘고 있다. 그러므로 화장품 산업의 지속적 육성과 고도화를 위해서는 제주도도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화장품 산업 분야에 적용되는 4차 산업 관련 원천 기술은 크게 3가지 정도다. 맞춤형 화장품을 위한 개인 유전체 분석기술, 미니 스마트 팩토리 개발 기술,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 콘텐츠 개발 등이 그것으로 이러한 원천기술 보유 여부가 4차 산업혁명에 걸 맞은 제주 맞춤형 화장품 산업의 성공을 좌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제주도는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는 원천 기술을 보유하거나 확보가 가능한 것일까? 답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는 현재까지 화장품 산업에 적용되는 원천 기술은 대체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편으로 (재)제주테크노파크, 제주대학교 및 제주 기업들을 통하여 충분히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맞춤형 화장품 산업과 관광산업이 융합된 제주만의 특별한 콘텐츠 개발을 통하여 국내·외 시장의 선점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보자. 제주공항으로 국내·외 관광객이 입도하자마자 공항에서 개인 피부 유전체 분석을 의뢰한다. 일종의 개인 맞춤형 피부 진단 절차다. 유전체 분석용 샘플은 관광 기간 동안에 도내에서 분석이 완료되고, 제주에서의 즐거운 여정을 마친 후 다시 제주공항에 도착한 관광객들은 본인들의 피부 상태 결과를 통보받는다. 그러고 나서 개인 피부에 맞는 최적의 화장품을 미니 화장품 제조기로 3분 만에 구입하고 제주를 떠난다. 이런 개인 맞춤형 화장품 서비스는 제주만이 가능한 맞춤형 화장품 콘텐츠가 될 수 있다. 또한 제품에 함유된 제주 원료의 재배지 등에 대한 정보를 VR/AR 기술을 통해 관광객에게 제공함으로써 제주와 제주 제품의 브랜드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제주 화장품 산업은 국내·외적으로 떠들썩한 4차 산업혁명이라는 화두에 겁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제주만의 방식으로 선제적 대응을 통하여 국내·외 최고 수준의 맞춤형 화장품 산업의 성공 모델을 창출할 수도 있다. 더욱이 맞춤형 화장품 분야는 대기업이 선호하지 않는 방식이기 때문에 더더욱 제주에 적합한 아이템이 될 수 있다. 또한 다행스럽게도 제주도는 이미 산업통상자원부와 제주도정의 지원을 받아 인적·물적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 있다. 올해 제주산학융합원과 화장품 원료 산업화 지원센터 사업이 추진되어 향후 5년간 안정적인 기획과 기업 지원 환경이 조성되었고 2단계 산업협력권 사업도 제주-충북에서, 제주-충북-충남-전북과 연계 확장되어 추진 예정이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이란 시대적 흐름은 제주 화장품 산업에 있어서 궁적상적(弓的相適)이라 할 수 있다. 궁적상적은 ‘활과 과녁이 딱 들어맞듯이 하려는 일과 기회가 들어맞는다’는 뜻으로 4차 산업혁명을 통하여 제주 화장품 산업의 제2의 도약을 기대해 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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