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생 참변, 우리사회 모두의 책임
실습생 참변, 우리사회 모두의 책임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11.27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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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제주시 구좌읍 한 공장에서 산업체 현장실습 중 목숨을 잃은 서귀포산업과학고 3학년 이민호군(18)의 사고와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특성화고 현장실습’의 안전 보장을 요구하는 청원이 줄을 잇고 있다. 이 학생은 공장 기계가 작동을 멈추자 이를 점검하던 중 갑자기 작동되는 바람에 기계에 휩쓸려가 치명상을 입고 결국 숨졌다. 실습생은 기술과 경험이 부족해 만약의 사태에 대한 대처가 미흡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위험한 일을 전문 기술자가 아닌 실습생이 하다가 이런 참극을 빚었다니 말이 안 된다. 한 마디로 상식이 지켜지지 않아 일어난 것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기본이 안 돼있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아직 꽃도 못피운 10대 청춘 실습생의 어이없는 비극은 안타깝고 참담하기가 그지 없다. 이 사건은 우리나라 실습생들이 처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올해 1월 전주 유플러스 고객센터의 고교 3학년 실습생이 목숨을 끊는 등 적지 않은 실습생들이 현장에서 다치거나 목숨을 잃고 있다.

지난해 6월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 도어 정비 중 사망한 19세 청년 노동자도 특성화고 실습생은 아니지만 비슷한 유형이라 할 수 있다. 특성화고 학생들의 현장 실습은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현장에서 응용하고 익히게 하겠다는 취지다.

제주지역의 경우 올해 10개 특성화고 3학년 학생 1780명 가운데 21%인 375명이 ‘조기 취업’ 형태인 현장실습에 나섰다. 특성화고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교육부는 ‘대학 안 가도 성공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특성화고 취업을 늘리기 위해 현장실습을 밀어 붙이고 있다. 문제는 특성화고 학생들의 노동 조건이 매우 열악하다는 데 있다. 무엇보다 이들의 현장 상황에 대해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이번 사건은 학교, 기업, 정부와 지자체, 우리사회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교육청은 특성화고를 취업률로 평가하고, 학교는 취업률 높이기에만 열중할 뿐 학생들의 작업 환경이나 노동권 침해 여부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기업 또한 실습생들을 저임금 노동자쯤으로 인식한다. 이런 인식과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이런 사건은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른다.

교육부와 고용노동부가 이번 사건과 관련한 진상조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중앙정치권 인사들도 제주도에 내려와 이군의 빈소에 조문하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든 대학에 진학하든 90% 이상은 노동자로 살아간다. 우리 헌법은 근로 조건의 기준이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하고, 연소자(年少者)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학교와 지역사회는 학생들의 실습 교육에 앞서 이런 노동 인권의 문제를 먼저 교육해야 할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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