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놀 권리를 위한 놀이터 개선 필요
아이들의 놀 권리를 위한 놀이터 개선 필요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11.27 19: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진형. 제주한라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 논설위원

[제주일보] 최근 놀이터 미끄럼틀 낙상으로 인한 어린이 뇌출혈 사고와 관련하여 놀이터 안전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놀이터 안전 사고 예방을 위해서 우레탄 고무 바닥재를 모래로 교체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많다. 놀이터 안전의 중요성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놀이터의 놀이기구, 바닥재에 대한 ‘안전의 가치’ 뿐만 아니라 아동의 발달적 특성에 기초한 흥미, 주도성, 창의성, 모험심 등 다양한 요소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

먼저, 어린이 놀이터 대부분은 위생, 오염 문제로 인해 모래와 흙에서 평평한 고무 바닥재로 교체되었다. 회전 뱅뱅이와 정글짐과 같은 기구는 낙상 위험의 이유로 사라졌고, 대신에 시소-그네-미끄럼틀이 합쳐진 복합놀이기구가 정형화된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현재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은 놀이기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안전평가와 기준이 지켜지지 않으면 이용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현지 지형과 자연물을 활용하거나 빈 공간에서 노는 형태의 놀이터는 조성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놀이시설로 인정되기 어렵다.

하지만 최근 여러 지자체에서는 획일적인 복합놀이기구가 놓인 놀이터에서 탈피해 아이들의 주도성과 창의성을 강조하는 새로운 놀이터를 만들고 있다. ‘솜으로 둘러싸인 아이는 위험에 대해 배울 수 없다’는 말처럼 아이들의 발달적 특성을 고려하여 몸을 움직이고, 만지고 기어오르면서 모험심을 키우는 놀이터, 흙과 모래놀이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거나 놀이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놀이터 안전 관리의 균형적 접근이 필요하다. 안전에 있어서 명백한 위험 요소는 제거하고, 아이들이 적당한 모험을 통해 위험이 상존하는 세계를 경험하고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아동의 효능감과 주도성을 발달시킬 수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도 최근 시행한 제3차 보육발전계획 공청회에서 ‘자연친화적인 놀이터 개선 및 확충 사업’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지 지형과 자연물을 활용해서 노는 형태의 놀이터 조성이라든가, 놀이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아이들을 참여시키는 것은 아동의 놀 권리를 지원하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따라서 자연친화적인 놀이터 개선 및 확충을 위해 놀이터 관련 조례가 개정되고, 관련 행·재정적 지원이 이루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아이들의 놀이터 놀이는 일회적인 이벤트가 아닌 일상에서 친숙하게 반복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제주시내 다세대나 소형 주택이 밀집한 주거지에서 아이들의 놀이 공간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렵다. 놀이터 주변의 많은 차량 통행은 아이들이 놀이터까지 안전하게 이동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물론 제주도는 차를 조금만 타고 나가도 자연을 느끼고 놀이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만 이러한 접근의 취약성은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자신들의 놀이를 선택하기 어렵게 만든다. 아이들의 놀이는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반복되면서 더욱 정교해지고 의미있게 발전한다. 전라남도의 경우 공동주택 내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관리 지원 조례를 제정하여 동네 어린이 놀이터 개선 사업에 대한 예산을 배정하였다. 덴마크, 스위스, 독일 등의 유럽 국가들도 동네에서 세대가 함께 놀이할 수 있는 놀이터 조성을 위한 정책을 적극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다. 제주지역 아이들의 놀 권리를 지원하기 위해서 접근성이 높고 주도적인 놀이가 가능한 동네 놀이 공간을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아이들의 놀이는 놀이에 대한 사회 전체의 인식과 문화를 반영한다. 공부나 어떤 성과를 이루고 나서 쉬는 동안에 하는 활동이 아니다. 아이들의 발달과 삶에 있어서 필수적이다. 부모, 교육기관, 지역사회는 아이들의 놀이가 발달과 삶에 중대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하며, 아이들의 휴식과 여가, 놀이 중심의 교육,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가야 한다. ‘아이들의 놀 권리’를 존중하여 놀이 공간과 시간을 제대로 확보해주며 아이들과 함께 놀이와 삶을 향유하는 행복한 문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