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덕·금성·곽지·애월리 해안 잇는 경관 좋은 코스
귀덕·금성·곽지·애월리 해안 잇는 경관 좋은 코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11.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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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제15-B코스(한림~고내올레)-수원농로~금성교(5.2㎞)
귀덕2리 라신동 해안도로변 바다 풍경.

[제주일보] # 수원리 구름들을 지나며

처음 올레 15코스는 한림읍 중산간으로 올라 애월읍 중산간을 거쳐 고내리로 내리는 코스로, 그 사이에 있는 아름다운 해안길이 제외돼 해당 마을 사람들이 섭섭해 했는데, 올 4월 22일에 귀덕리․금성리․곽지리․애월리 해안선을 잇는 올레 15-B코스를 개통해 시원하고 경관이 좋은 해안길을 걸을 수 있게 됐다.

코스 시작점은 같으나 수원리사무소 못 미쳐 1.6㎞ 지점 수원농로에서 북쪽으로 가다가 구름들의 한복판을 거치게 돼 있다. 구릉 하나 없는 평평하고 너른 벌판이다. 게다가 농지 정리가 잘 돼서 길은 직선으로 길게 뻗었다.

길 북쪽으로 몇 채의 비닐하우스를 제외하고는 하나같이 양배추, 비트, 콜라비, 브로콜리, 쪽파 같은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가끔씩 밭 구석에 심어놓은 배추와 무가 탐스럽게 다 자라 김장철이 돌아왔음을 느끼게 한다.

 

# 귀덕2리 라신동 해안

그 길이 끝나면 바로 귀덕2리로 이어져 옛날 논이었던 곳이다. 논농사가 수지타산이 안 맞는지 갈대만 수북하게 하늬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전에 우리 문중 논도 이곳에 있었는데, 소작인을 구하지 못해 싸게 처분해버린 지가 어언 20여 년 전 일이다. 거기서 얼마 안 가 해안도로에 이르렀는데, 겨울 바다가 한껏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문득 성산포 출신 시인 고은영의 시구가 귓가에 맴돈다.

 

‘익숙한 공간마저도 때론 낯설고/ 이방인이 되어 흠칫 떨리는 어깨/ 언제인가 꿈속에서나 보았을 법한/ 아득한 길에서 실종된 것들의 부재 앞에/ 상실의 의미로 와 닿는 것들을 손사래 치며/ 사그랑이 같아 두려웠던 기억// 그대의 지난날들은 행복하였는가/ 더러 시큼한 가슴으로 겨울 바다에서/ 한 시름 달래며 그대의 비망록을 펼치면/ 혜윰에 와르르 쏟아지는 후회들이/ 저 물살에 분분하다’

- 고은영 ‘겨울 바다’ 부분

 

얼마 없어 용운사가 나타난다. ‘부처님 진신사리 봉안 도량’이라 썼는데, 믿어도 되는 건지. 우리나라에 부처님 진신사리를 봉안한 도량이 몇 안 된다던데…. 옆에 커다란 청룡도를 든 사천왕(?)이 지키기에 망정이지 일주문도 없고 천왕문도 없이 바로 대웅보전이다.

 

한수풀해녀학교 입구.

# 한수풀해녀학교

가끔씩 나타나는 길 옆 육모정 쉼터는 바람 때문에 내키지 않아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에 시선을 두고 계속 걷다보니, ‘진질’이라 불리는 장로동이다. 예로부터 어장이 좋고 해산물이 풍부해 해녀들의 활동이 활발했던 곳인데, 귀덕2리의 근간이 되고 있다. ‘진질코지’ 하면, 멀리 곽지에서도 보여 물이 싸고 듦을 가늠했던 곳이다.

포구 옆에 2층 건물을 지어 아래는 ‘진질 해녀의 집’ 식당으로 위층은 해녀학교 사무실로 쓰고 있다. 한수풀해녀학교는 ‘해녀들의 고령화와 어족자원의 고갈, 작업 여건의 어려움으로 점차 사라져가는 해녀문화를 젊은 세대에 전수하자’는 취지로 2007년 주민자치 특성화 사업으로 시작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해녀 양성 교육 프로그램이다.

게시판에 따르면, 올해 제10기 제주해녀 취업능력 양성과정인 ‘해녀 입문 양성반’ 50명 중에는 도내․외 여성 40명, 이주여성 및 외국인여성 약 5명, 도내․외 남자 약 5명을 구분 모집해 5월부터 8월까지 16주(80시간) 교육을, 해녀 직업능력 개발 과정을 신설해 제1기 ‘해녀 직업 양성반’으로 20명을 모집해 5월부터 11월까지 29주(145시간) 교육을 실시했다.

 

귀덕1리의 영등하르방, 영등할망, 영등대왕상.

# 영등굿과 귀덕리

귀덕1리 입구 궤물동산은 조그만 둔덕이었는데, 이제 소공원으로 탈바꿈했다. 그 어귀에는 ‘영등좌수 상’를 세웠다. 또 마을 해안 곳곳에 영등할망, 영등하르방, 영등할망 딸과 며느리까지 영등신상들이 줄줄이 섰다.

전통포구인 모살개와 복덕개 등 이르는 곳마다 세워 영등굿의 본고장임을 알린다. 그도 그럴 것이 귀덕리는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영등굿을 치르는 동네로 나와 있을 정도로 역사가 깊다.

영등신은 음력 2월 초하루에 들어와 2월 15일에 나가는 내방신이다. ‘바람의 신’으로 저 멀리 강남 천자국에서 북서계절풍을 몰고 온다. 영등신은 영등하르방, 영등할망, 영등대왕, 영등호장, 영등우장, 영등별감, 영등좌수 등 모두 일곱 신으로 음력 2월 영등달이 들면, 강남천자국에서 남방국 제주로 산 구경 물 구경하러 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신들은 맨 처음 귀덕리 복덕개 포구로 들어온다. 그래서 한라산에 올라 오백장군께 문안드리고, ‘어승생 단골머리’로 ‘산천단’으로 ‘산방굴’을 경유해 ‘도리디끗(교래리)’까지 돌면서 복숭아꽃, 동백꽃 구경을 하며, 세경 너른 땅에 열두 시만국(新萬穀) 씨를 뿌려주고, 갯가에는 천초․미역․보말․소라․생복․전각 등의 씨를 뿌려주고 돌아간다고 했다.

 

# 복덕개에서 금성교까지

거북등대가 보이는 곳에 ‘복덕개 포구’ 표지석과 도댓불을 세워 원형을 복원해 놓았다.

‘복덕개는 천연적으로 이루어진 포구로 복어 모양이라 그렇게 붙였다’고 안내판에 나왔다. 2월이면 영등할망이 이곳으로 들어와 포구 서쪽 돈지빌레에서 영등맞이굿을 했다고 한다. 그 옆으로 귀덕 배들이 다 몰려 있다.

조금 더 간 곳에서 일붕 서경보 스님의 흉상을 만났다. 옆의 조그만 ‘청호사(靑滸寺)’라는 절에서 세운 것으로 보이는데, 하나는 일붕 스님의 흉상 아래에 ‘일붕호국 청호도량’, 하나는 ‘세계불교평화의 날 공포기념비’, 또 하나는 시주한 분들의 이름을 새겼고, ‘종정 봉암당(鳳菴堂)’이라 새긴 부도도 있다. 거기서 한 굽이돌아 금성천에 이르렀으나 건널 수 없어 일주도로에서 금성교와 만난다. <계속>

<김창집 본사 객원 大기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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