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민호군 빈소에 중앙정치권 조문 행렬
故 이민호군 빈소에 중앙정치권 조문 행렬
  • 김현종 기자
  • 승인 2017.11.26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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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발 방지 약속, 현장실습제도 '뜨거운 감자' 부상...일부 인사, 일정 안 알린 채 방문 빈축

[제주일보=김현종‧홍수영 기자] 최근 제주시 구좌읍 음료공장에서 현장실습 도중 불의의 사고로 숨진 고(故) 이민호군(18)의 빈소에 중앙정치권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특히 정치권 인사들은 이군의 명복을 빌면서 유사 사고 재발 방지에 나서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히고 있어 특성화고 현장실습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는 형국이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오후 이학영 을지로위원장, 오영훈 국회의원(제주시 을) 등과 함께 이군의 빈소가 마련된 부민장례식장 제2분향실을 찾아 조문했다.

우 대표 등은 유족과 사고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책위)와 간담회를 갖고 “현장실습제도가 학생 교육이 아니라 값싼 노동력을 쓰기 위한 제도로 변질됐다. 이번 사고는 인재”라며 “현장을 가보니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마련되지 않은 환경에서 학생에게 장시간 노동을 시킨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우 대표는 “현장실습을 나가는 10만명 학생의 노동인권 문제이자 특성화고 학생에 대한 차별적인 처우 문제”라며 “특별근로감독과 전수조사를 철저히 실시해 책임자는 분명히 책임을 지도록 하고 특성화고 대책 수립 시 당사자인 학생 목소리를 충분히 수렴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영훈 의원은 “노동부와 교육부, 지방교육청 등이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관련법 개정이 긴급 안건 처리방법으로 조속히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도 이날 이군의 빈소를 찾아 철저한 진상조사 등을 유족에게 약속했다.

유 대표는 “책임 업체가 사과도 않고 책임을 이군에게 떠넘기는 식”이라며 “회사 책임을 분명히 밝히는 근로감독과 진상조사가 빨리 이뤄져야 한다. 고용노동부 장관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유 대표는 “현장실습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겠다. 실습생을 저임금 노동력으로 착취하고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에서 법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다해보겠다”고 덧붙였다.

국민의당 김삼화·김수민 의원도 이군 빈소를 방문해 현장실습 제도 개선을 피력했다.

김삼화 의원은 “어제는 이군 생일이었고, 친구들은 수능을 봤다”며 “청소년이 성인처럼 노동하는 행태가 방치되지 않게 고용노동부장관이 의지를 갖고 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군의 죽음을 애도하고 현장실습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를 약속했다.

25일에도 이군의 빈소에 정치권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이군 빈소에서 헌화·분향한 뒤 공동대책위 등을 만나 “현장실습 문제는 국정감사 때마다 제기됐다. 근본적인 대책 없이는 사고는 반복된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신보라 의원도 빈소를 찾아 유가족을 위로했다.

나경원 의원은 “이군은 학생으로도, 근로자로도 보호받지 못했다”며 “현장 실습생이 싼 근로자로 취급돼선 안 된다. 재발 방지를 위해 철저하고 조속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야 5개 정당 유력인사들의 잇단 방문에 유가족은 적잖은 심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전언이다. 유명 정치인들이 참모진과 수행원은 물론 수많은 취재진과 함께 빈소를 찾는 데다 일부 인사는 사전에 일정을 알리지도 않고 방문해 유가족들이 경황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경원 의원이 유족에게 미리 방문 일정을 알리지 않고 빈소를 찾을 당시 유족들은 불쾌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고 취재도 일절 거부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보낸 근조 화환도 유족도 모르는 새 빈소 앞에 놓여 빈축을 샀다.

한편 도내 특성화고 3학년이던 이군은 지난 9일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 소재 음료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다가 제품 적재기에 목이 끼이는 사고를 당한 뒤 지난 19일 끝내 숨을 거뒀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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