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이름의 성장이야기
사랑이란 이름의 성장이야기
  • 김동일 기자
  • 승인 2017.11.23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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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톡] 영화 ‘500일의 썸머’
과거시점 서로 뒤섞이며 그려지는 감독의 연출 인상적
애니메이션 기법 및 뮤지컬 연출·음악 등의 장치 '눈길'

[제주일보=김동일 기자] 누구에게나 사랑은 있다. 하지만 사랑에 대한 정의나 가치는 제각각 다를 수밖에 없다. 마치 자로 길이를 측정하거나, 저울로 무게를 잴 수 있는 성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인 사이에 있어 사랑에 대한 정의가 서로 다를 수 있는 것은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영화 ‘500일의 썸머(2010년 개봉)’는 사랑에 대한 정의가 서로 다른 두 남녀가 연인이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두 남녀가 있다. 운명적인 사랑을 믿고 있는 톰(조셉 고든 래빗)과 운명적 사랑은 없다고 믿고 있는 썸머(주이 디샤넬)이 바로 그들이다. 감사 카드를 만드는 회사에 다니는 톰은 어느 날 회사에 새로운 비서로 온 썸머를 보는 순간 확신에 빠져든다. 그동안 기다렸던 운명적인 사랑의 대상이라고.

그렇게 둘은 친구와 연인의 경계를 오가면서 데이트를 시작하게 된다. 500일 가운데 1일째가 되는 시점이다.

1일부터 500일까지 시간의 흐름 순으로 그려지는 게 아닌 과거시점이 서로 뒤섞이며 에피소드가 그려지는 게 특징이다. 두 남녀가 만나는 시간 동안 앞뒤를 자유자재로 오가면서 다루는 이야기를 통해 날짜에 맞춰 변하는 두 남녀의 감정을 그대로 보여주려는 감독의 의도가 담겼다.

톰은 연인사이가 됐음에도 항상 거리를 두려 하는 썸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런 톰은 썸머에게 말한다. “우린 사이는 뭔데?”라고. 사랑과 연인에 대해 썸머가 자신과 똑같은 정의를 내려주길 바라는 톰과 그렇지 않은 썸머의 간극이 더욱 벌어지는 순간이다.

이처럼 ‘500일의 썸머’는 어떤 날은 미칠 듯이 웃으면서 기뻐하다가, 또 다른 어떤 날은 실의에 빠지는 사랑의 역학관계를 마치 교과서처럼 설명한다.

여기에 영화 사이사이에 애니메이션 기법이나 뮤지컬적인 연출, 음악 등의 장치는 영화적 매력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영화의 배경이 된 로스엔젤레스 역시 매력적으로 그려졌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매력적인 영화다.

영화는 사랑에 대한 톰과 썸머의 생각은 물론 500일이라는 기간 동안 두 남녀가 만나는 모습이 그렸지만 사랑이야기보다는 오히려 성장이야기에 가깝다.

톰은 자신과는 사랑의 정의가 다른 썸머와 헤어진 뒤 직장까지 그만둔다. 그동안 자신이 진정 하고 싶었던 건축가가 되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딛기 위해서다. 톰은 새로운 직업을 갖기 위해 찾은 면접장에서 또 다른 사랑을 시작하려 한다. 마치 여름(Summer)이 끝나고 가을(Autumn)이 오는 것처럼. 사랑 역시 사실은 성장인 셈이다.

김동일 기자  flas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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