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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의 보물섬, 제주를 꿈꾸며조희연. 서울특별시 교육감
제주일보 | 승인 2017.11.22

[제주일보] 얼마 전 영광스럽게도 내가 제주도 명예도민이 되었다. 제주도 명예도민이 지금까지 1674명뿐이라고 하니, 그 가운데 한 사람이 되었다는 자부심으로 뿌듯하다. 아마도 1674분이 모두 제주도와 남다른 인연, 추억, 애정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내가 제주도 명예도민이 된 건 아마도 대학 교수시절부터 십여 년 동안 방학이면 제주도에 와 한 달 정도 머물며 논문도 쓰고 연구도 했던 인연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도민으로 받아준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원희룡 지사는 따뜻한 환대 모임을 열어주고 소회를 피력할 기회까지 주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신이 우리 국민에게 안겨준 선물인 ‘대한민국의 보물섬’ 제주도가 대안의 보물섬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제주도는 이미 자연적으로는, 본토에서 볼 수 없는 화산섬과 원시림을 품은 대안적 명소로 거듭났다. 그 옛날 온양온천이나 경포대를 제치고 압도적인 신혼여행의 명소로 떠올랐던 제주도가 그 영광과 명성을 잃어가던 즈음, ‘제주 올레길’이 열리면서 제주도는 걸으면서 생각하는 성찰의 섬으로 거듭났다.

무엇보다 제주 스스로 변신하면서 느린 삶, 걷는 삶, 힐링의 섬 등의 키워드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갔다. 바야흐로 제주도가 대안의 자연 명소로 거듭난 것이다. 제주 올레길은 서명숙 선생님의 선구적 노력에 크게 힘입었음은 우리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다.

나는 이제 제주도가 자연적 대안 공간일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답고 대안적인 곳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품어본다.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압축적으로 이뤄낸 나라다. 산업화 시대의 영리 추구와 민주화 시대의 권리와 이해 추구는 각각 그 시대적 소명을 해냈지만, 이제는 산업화-민주화 이후의 가치, 공존과 상생의 가치를 실현해야 대한민국이 한 걸음 더 전진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자기 권리와 이해에만 민감하고 타인의 권리와 이해를 존중하지 못해 무한 갈등과 파국적 적대가 되풀이되는 ‘고통의 계곡’을 지나고 있다. 우리 사회가 대안적 가치에 목말라 하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대안적 가치는 거대 담론이기도 하지만 작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대안적 사회, 대안적 나라 만들기도 추구해야겠지만, 작은 대안이 큰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지난해 돌아가신 신영복 샘은 ‘변방론’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변방은 중심의 가치로부터 벗어난 대안적 상상력이 살아있는 공간이라는 게 그것이다. 변방은 중앙으로부터 소외된 공간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변방이 중앙만을 바라보는 협소한 상상력의 지평을 넘어설 때, 변방은 지금의 중앙을 뛰어넘는 새로운 상상력과 새로운 대안적 실험의 공간이 될 수 있다.

비근한 예를 들어보자. 나는 서울의 교육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데, 교육의 가장 본질적인 의제들인 기초학력 부진이나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서 —내 나름대로는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정말 지극히 어렵다.

제주도는 서울과 달리 도청이 도 예산의 5.0%를 교육 지원금으로 ‘쾌척’했다고 들었다. 이렇게 상대적으로 풍부한 재정을 이용해 제주도와 교육청이 손잡고 다른 지역에서는 꿈도 꾸지 못하는 기초학력 부진 학생과 학교폭력 제로의 대안적 학교 문화에 도전해볼 수는 없을까 하는 이야기를 이석문 제주도교육감과 나눠본 적이 있다.

제주도는 특별자치도다. 제주도 홀로 대안적 공간으로 변신하는 일이 여러 가지 행정적, 재정적 제약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헌법에까지 ‘특별자치’를 명문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 특별자치의 권한이 대안적 상상력과 대안적 실험의 ‘특별자치 권한’으로 작동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그래서 제주도의 모든 마을과 학교와 공동체가 ‘특별자치’적인 마을과 학교와 공동체로 변모하면서 ‘제주의 내일이 대한민국의 미래’가 되도록 대안적 상상력이 커지고 확산되기를 꿈꿔본다.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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