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 말맛과 멋이 이토록 정겨울까
제주어 말맛과 멋이 이토록 정겨울까
  • 신정익 기자
  • 승인 2017.11.21 15: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영봉 소장 ‘말하는 제주어’ 발간…일상 대화에 사용되는 제주어 소개

[제주일보=신정익 기자] “그 창곰 이 밥방울로 문데경 부찌믄 잘 부틀 거여.”(그 창문 구멍 이 밥알로 문대어 붙이면 잘 붙을 거야.)(문데기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보면 낯설고 어려운 어휘가 많지만, 뜻풀이를 듣고 나면 제주어가 가지고 있는 말맛과 멋을 느낄 수 있다.

최근들어 제주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생생한 제주어의 말맛을 알게 해 주는 책이 나왔다.

(사)제주어연구소 강영봉 소장(67‧제주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이 ‘말하는 제주어’를 펴냈다.

이 책은 일상적인 대화에서 사용되는 구어로써의 제주어에 집중하는 것이 특징이다.

‘조랍다’(졸리다)가 쓰인 예문의 경우 “검질 짓곡 굴너른 밧듸 조라움이 내 벗이로고나.”(김 깃고 넓은 밭에 졸음이 내 벗이로구나.)(조랍다)라는 문장을 소개하는 식이다.

연구서나 교재의 형식이 아니라, 하나의 항목을 생생하고 풍부한 예문으로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어휘의 뜻과 용례를 쉽게 설명하고 있어 제주어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원고는 동사 116개, 형용사 46개, 명사 57개, 부사 25개, 그리고 감탄사와 관용 표현 12개 등 총 256개 항목을 881개의 예문을 곁들여 언어 수필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가오다, 갈아어프다, 거끄다, 거념허다, 거려먹다, 고리다(동사), 건덥다, 공고롯허다, 버닥지다, 소드락허다, 숨바랍다(형용사), 거느리왕상, 곤죽, 구마리, 낭강알, 독무럽, 벳남석(명사), 마기, 밤새낭, 버버작작, 산득산득, 잘락(부사), 아마떵어리, 어크거(감탄사) 등은 어휘 자체만으로도 낯설고 신기하다.

여기에 국어학적 설명은 물론이고 제주의 민속과 문화를 담고 있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고 흥미롭다.

강영봉 소장은 “자연적 장애물인 제주바당으로 인해 제주어가 낯설고 어려운 어휘가 되었지만 결국은 독특한 제주의 언어와 문화를 만들어냈다”면서 “이 책이 제주어와 제주문화를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길잡이 역할을 해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도서출판 한그루. 2만5000원.

신정익 기자  chejugod@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