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랑쉬, 40년 변화무쌍한 세월을 담다
다랑쉬, 40년 변화무쌍한 세월을 담다
  • 신정익 기자
  • 승인 2017.11.2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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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철 작가, ‘아! 다랑쉬’ 사진전 내달 30일까지 자연사랑미술관서 개최

[제주일보=신정익 기자] 다랑쉬의 미끈한 분화구 능선을 감싸는 햇살은 가끔 그를 미치게 한다. 오름을 찾는 이유도 잊게 만들 정도로 정신을 빼앗는다.

그러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슬픈 역사와 서러움의 그림자가 짖게 드리운다. 그런 다랑쉬가 좋아 자기 집처럼 드나든 세월이 40년이다.

제주를 대표하는 사진작가 서재철(70)이 다시 다랑쉬를 내놓았다.

제주 섬 동쪽 평원에 평범하지 않은 기세로 솟아오른 다랑쉬. 서재철 작가가 나무 한 그루 없이 미끈한 오름 능선미에 홀려 다랑쉬의 여러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한 것이 어느새 40년이 흘렀다.

마음가는대로 해도 도리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 종심(從心)의 연륜에 이르면서 서 작가는 흘러온 세월만큼이나 변해버린 다랑쉬의 모습을 연대기처럼 펼쳐 놓았다.

세밑인 오는 12월 30일까지 표선면 가시리에 있는 포토갤러리 자연사랑미술관 제2전시실에서 ‘아! 다랑쉬’ 전시회를 열고 있다.

그가 지난해 책으로 묶어 펴낸 사진집 ‘다랑쉬’와 다른 전시회에서 소개했던 작품 가운데 35점을 추렸다.

그는 1980년대 초 하늘에서 내려다 본 다랑쉬의 자태에 반해 드러누워 뒹굴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그런 모습들을 잊지 못해 지금도 해질 무렵에는 습관처럼 다랑쉬 주변을 맴돈다.

이번 사진전에는 다랑쉬의 고운 자태와 평온함만 있는 게 아니다.

1992년 세상을 경악케 했던 다랑쉬굴의 4‧3 유해발굴 모습과 이어진 추모제에서 유족들의 흐느낌과 절규, ‘민중춤꾼’ 이애주가 춤사위로 표현한 망자들의 서러움과 분노의 역사가 담겼다.

인간문화재 김윤수 심방이 고혼들을 불러내 그 가족들에게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주는 장면도 다시 꺼냈다.

다랑쉬를 찾지 않아도 다랑쉬의 모습을 그릴 수 있고, 오름을 휘감은 질곡의 현대사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역작들을 만날 수 있다.

서재철 작가는 제주신문(현 제주일보) 사진부장 등을 지냈으며, 한국기자상과 서울언론인상, 송하언론상, 대한사진문화상 등을 다수 수상했다. 현재 본지 객원대기자로 활동하면서 매주 ‘서재철의 오지기행’을 연재하고 있다. 전시회 문의=787-3110.

신정익 기자  chejugod@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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