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마포대교에서 테러가 벌어진다면
실제로 마포대교에서 테러가 벌어진다면
  • 김동일 기자
  • 승인 2017.11.16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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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톡] 영화 ‘더 테러 라이브’
배우 하정우의 모노드라마에 가까운 연기 인상
‘가상 재난’ 그렸지만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아

[제주일보=김동일 기자] 최근 2년 새 프랑스 파리를 비롯해 독일 베를린, 영국 런던, 스페인 바르셀로나, 미국 뉴욕까지 전 세계적으로 불특정 다수를 공격하는 테러가 발생하면서 세계 각국이 테러 대응태세를 갖추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이 같은 테러를 막기 위해 정부와 각 지자체 등에서도 각종 대응 훈련을 벌이는 등 우리나라에서도 항시 테러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벌어질 지 알 수 없는 만큼 사전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처럼 최근 테러의 위험성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테러를 다룬 영화 ‘더 테러 라이브(2013년 개봉)’가 관객들 사이에서 또다시 회자되고 있다. ‘더 테러 라이브’는 한강 마포대교 폭탄 테러라는 최악의 재난 사태를 뉴스 앵커가 독점으로 생중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영화다.

이 영화는 주연 배우인 하정우의 연기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볼 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97분이라는 러닝타임에 혼자서 그야말로 모노드라마에 가까운 연기를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 작품에 스타 배우가 여러명 출연하는 것이 일상화 돼 버린 상황에서 배우 혼자서 극을 이끌어가는 ‘더 테러 라이브’는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 앵커인 윤영화(하정우)는 라디오 프로그램 생방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한 통의 협박 전화를 받는다. 신원을 알 수 없는 한 청취자는 그에게 “한강 다리를 폭파하겠다”고 알려 왔지만 윤영화는 이를 단순한 장난 전화로 넘긴다.

하지만 전화가 끊어진 이후 마포대교가 테러에 의해 무너지면서 윤영화는 이 같은 협박을 단순한 장난이 아닌, 실제 상황이는 것을 알게 된다. 윤영화는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기 위해 테러범과 은밀한 거래에 나선다. 윤영화는 “제가 테러범을 부르겠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이 뉴스를 끝까지 시청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멘트를 하면서 관심을 집중시킨다. 실제로는 심각한 국가 위기 상황이지만 이를 생중계할 경우 모든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오히려 ‘기회’로 삼겠다는 심산이 그대로 느껴지는 대목이다.

윤영화의 제안으로 테러범과 그와의 통화 내용이 전국에 생생하게 생중계 된다. 특히 스튜디오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긴박한 상황을 그리고 있는데 쉴 새 없이 몰아붙이는 연출로 인해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 역시 상황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마치 자신의 일인 것 마냥.

이처럼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윤영화는 수시로 물을 들이키는데, 이 장면을 보는 관객들 역시 목이 탈 수밖에 없다. 영화를 만든 김병우 감독의 연출력이 그대로 느껴지는 부분이다.

특히 영화는 자칫 선과 악의 대결로 그려질 수 있는 이야기를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부조리는 물론 언론의 기회주의, 개인의 일탈과 욕망 그리고 이기주의, 서민의 애환 등을 다뤘다는 점에서 단순한 재난 영화로 보기에 무리가 있다. ‘가상 재난’을 그렸음에도 정작 뒤에서 가려진 채 벌어지는 상황은 작금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하려는 감독의 의도가 엿보인다.

실제로 절대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지만 테러의 위험성을 가감 없이 담아낸 만큼 이 영화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실제 테러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지 생각해보는 계기로 삼으면 좋지 않을까.

김동일 기자  flas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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