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사업 유지·가치 함양 위한 CEO적 철학 정립 중요"
"마을사업 유지·가치 함양 위한 CEO적 철학 정립 중요"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11.15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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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안순 ㈔제주도 농어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장
① 지난 13~15일 충남 아산시의 농촌체험관광과 관련된 직능단체들이 제주도의 사례를 탐구하기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② ③ 도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기능성 작물로 급부상한 콜라비와 방울다다기 양배추가 농가의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제주일보] 가슴 저리도록 사랑스러운 제주의 농촌에도 새벽녘의 한기는 자연스레 목을 움츠러들게 하고 옷깃을 여미게 한다. 과수원에 황금빛 감귤들도 새벽녘 이슬을 머금고 그 품위와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렇듯 세태나 정세의 흐름에 관계없이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 우리네 농촌의 일상이다.

농업은 국민들에게 먹거리를 생산·공급하는 공익적 기능 이외에도 건강한 지구촌을 만드는 환경보전, 도시민과 여행객들에게 우리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전통문화의 유지·계승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수자원 확보를 통한 안정적인 식량산업의 유지·계승, 더 나아가 식량 안보에 기여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네 농업·농촌의 순기능을 경제적 가치로 환원하면 100조원이 훌쩍 넘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리라.

결코 상대적으로 폄하당해서는 안 되는 우리네 농촌의 다원적 기능과 유·무형적 기능들을 융복합해 가치를 극대화 시키기 위해서 진행된 사업들이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주민주도형 마을만들기 사업이다.

아직은 역사와 경험이 일천함에도 전국적으로 경쟁적인 사업들이 진행이 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수많은 오류와 시행착오들이 반복되지만 이에 대한 정책적인 제도 개선이나 매뉴얼과 가이드라인이 현실에 맞게 조정되지 못함은 경색된 행정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를 해본다.

제주도 역시 다양한 형태의 단계별 마을사업들을 전개하고 있다. 필자가 언젠가 피력했던 것처럼 중앙정부의 농촌마을 사업과 관련된 정책들은 제주도를 배려하는 정책이 아니라 내륙지방의 농촌마을에 맞춰진 계획들이기에 그 사업 방향에 대한 제주도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보여 진다. 특별자치도에 걸맞는 매뉴얼과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그 당위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의 절충이 절실히 요구된다.

거의 대부분의 농촌마을사업들은 농촌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농촌다움의 유지보전을 그 본질적인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 목적을 위해 농촌마을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초생활기반시설을 구축하고 농촌환경에 가장 걸맞는 경관을 개선한다. 또 이를 실현하기 위해 과업수행능력을 키워주는 주민역량강화사업들이 기본적인 사업 콘텐츠이다.

이 모든 것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농촌마을 주민들의 기본적인 삶의 권리를 보장하고 그들의 문화·복지, 그리고 건강 증진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이다.

더 나아가서 사업을 통해 구축된 하드웨어와 축적된 소프트웨어의 적극적 활용과 역량의 발휘를 통한 소득 증대가 국가가 요구하는 투자사업의 성과일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도 거론한 것처럼 농촌마을 만들기 역사와 노하우가 깊지 않아 그 목적들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아직은 더 많은 시간의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 여겨진다. 더구나 마을 리더와 주민들만의 역량과 철학의 문제가 아니라 행정기관과 전문가들의 역량과 소명이 더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부분적으로는 마을사업과 관련한 전문 부서의 신설 등으로 그 부족함을 메우려 하는 행정의 노력들이 보여지고 있지만 잦은 인사로 인한 전문성을 겸비할 수 있는 시간과 환경이 제공되지 못함은 계속되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거나 전문성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기 위해서 전국의 광역·기초단체에서는 행정과 마을 주민들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중간지원조직을 각 단체에 맞는 모습으로 설립 또는 육성을 하고 있다.

운영 형태는 행정주도형, 민간위탁형, 민간주도형 등 여러 가지 모습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부족해질 수 있는 행정서비스의 보완과 마을사업의 소비자이면서 수혜자인 마을과 주민의 니즈(Needs)를 수용해 반영시킬 수 있는 방안 모색을 통한 마을만들기 사업의 연착륙을 위한 방안들이다.

제주도 또한 2016년 하반기부터 마을종합지원센터를 개설해 민간위탁의 형태로 각종 소프트웨어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아직은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다소의 시행착오와 오류들이 나타날 수 있으나 개선가능한 로드맵이 만들어 진다면 제주도 마을만들기에 대한 새로운 형태의 이정표가 세워질 것이다.

다만, 전국에서 경쟁적으로(물론 필요성이 인정되기 때문에) 설립되는 중간지원조직들이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농촌마을사업들이 초록이 동색인 것처럼) 각 단체들만의 고유한 색깔들을 표출해 내지 못한다면 다시 한 번 농촌마을사업들에 대한 논의에 재점화를 불러 올 수 있는 개연성도 항상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농촌사업과 관련된 중간지원조직에 대한 많은 연구와 공감대 형성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미 나타나고 있는 많은 시행착오와 문제점들이 행정과 마을 모두에게 조금 더 빠른 학습 효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농촌마을 사업은 장기 투자사업이다. 짧은 시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연연할 것이 아니라 한 켜 한 켜 축적된 에너지가 멀지 않은 장래에 폭발적인 역량과 가치가 발현될 것이라는 확신과 인내가 필요하다. 특히 각 기관과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단체는 변화가 시급하다. 10여 년 전에 시작해 아직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교육프로그램의 변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마을자원을 활용한 마을사업의 유치나 사업을 준공하기 위한 역량도 물론 필요하지만 더더욱 필요한 것은 사업의 본질적이고 궁극적인 목적에 걸맞는 성과를 구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업 유치 후 유지·관리와 가치 함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CEO적 철학 정립에 더 큰 비중을 둬야 할 것이다.

진정한 제주다움을 만들어내는 것은 유지·보존이 가장 중요하다. 더 나아가 미래의 제주다움까지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행정과 마을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서 정말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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