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를 이해하라
심리를 이해하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11.15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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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효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이사/논설위원

[제주일보] 201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는 행동경제학을 연구하는 리처드 탈러 교수였다. 행동경제학자들은 사람들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 하에 행동한다는 기존의 주류 경제학 이론을 거부한다. 모든 대안을 검토한 후에 최적의 선택을 한다는 것이 기존 경제학의 전제였다.

그러나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생각만큼 합리적이지 않다고 본다.

우리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 상황을 떠올려 보면 아마 이 같은 시각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시장에서 순대를 사먹고 떡볶이를 사먹으면서 그게 최적의 대안인지 고려하지 않는다. 좀 전에 점심을 먹었지만 그저 맛있어 보여서 먹을 뿐이다.

홈쇼핑에서 쇼호스트들이 마감 시간이 임박했다고 을러대는 통에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사게 되는 경우도 가끔 있다.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않는 것이다. 어떻게 모든 것을 경제적으로 생각해서 가격과 필요성, 효용을 생각해서 소비를 하겠는가?

아마도 내가 요즘 젊은이들이 말하는 호갱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노벨상 수상자가 행동경제학자라는 데 관심을 가진 것은 합리성을 따지기 이전에 사람의 심리를 생각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재미있는 사례가 있다.

어느 중국집 사장이 고민에 빠졌다. 두 가지 코스 요리를 팔고 있는데 A코스는 2만5000원이고 B코스는 3만5000원이다. 손님들은 주로 가격이 싼 A코스를 주문했다.

사실 A코스는 그다지 이문이 남지 않았다. B코스 요리를 팔아야 이익이 많이 남을 텐데,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고 A코스의 요리 가짓수를 줄이거나 가격을 올린다면 그나마 손님들이 코스 요리 자체를 주문하지도 않고 발길을 끊어버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 중국집 주인은 어떻게 문제를 해결했을까?

정답은 가격이 비싼 C코스를 하나 더 만들어 메뉴판에 적어 두는 것이다. A코스와 B코스 요리만 있을 때는 비싼 코스의 요리가 부담스럽지만 그보다 비싼 5만원 짜리 C코스가 있으면 상대적으로 B코스를 선택하는 데 대한 부담이 적어지는 것이다.

참치 전문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메뉴는 메뉴판의 아래에서 두 번째에 적혀 있는 것이란다.

마냥 우스갯소리로만 치부할 일은 아닌 듯하다. 선택에 심리적인 측면이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렇게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할 때 합리적으로 선택하지 않는다.

세계적인 인터넷 기업 구글(Google)의 구내식당은 직원들에게 24시간 전 세계 음식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부러워하는 직장인들이 많을 것이다. 더 부러운 것은 따로 있다.

맛있는 음식을 무료로 제공하는 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직원들의 건강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배려를 한다는 점이다.

이를 테면 샐러드 바는 눈에 잘 띄게 배치하여 채소를 많이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초콜릿은 불투명 용기에 담는다.

음식 식기는 작은 접시를 사용하게 하여 과식을 하지 않도록 유도한다. 음식과 관련한 심리를 이용하여 직원들이 건강한 식습관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뷔페식당에서 음식 뒤에 거울을 걸어놓으면 사람들은 과일과 채소를 더 많이 담는다고 한다. 자신의 모습을 보고 살찌는 음식을 덜 먹으려 하기 때문이다.

부부싸움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남편과 아내 모두 자기는 잘못한 게 없다고 한다. 다들 자신은 최선을 다해 이것도 해주고 저것도 해주었단다.

그러나 이는 자신의 관점에서만 보는 것이다. 무엇을 해주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의 심리를 헤아렸는지가 중요하다. 상대의 마음에 상처를 주면서 자신은 최선을 다했노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무엇 무엇을 했다고 드러내기 전에 그것이 국민들, 도민들의 심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인지를 돌아보아야 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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