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한국'의 현주소
'기능한국'의 현주소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11.14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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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준. 재경대정향우회 고문/수필가·논설위원

[제주일보] 마음이 우울하다.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연승을 달리던 한국이 종합 우승을 내줬기 때문이다.

​이 대회는 17세부터 22세까지 기능 보유자 청소년들이 출전하는 세계대회다. 1950년 제1회 국제대회가 열린 후 2년마다 개최했다.

40여 개국이 참가한다. 기능올림픽은 제조업 현장의 기초기술로 경쟁한다. 선반, 금형, 용접, 자동차 정비, 목공예 등 종목이 다양하다.

지난달 끝난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중국은 종합우승을 했고 한국은 2위다. 중국은 금메달 15개, 한국은 8개다.

한국은 1977년 제23회 대회 때부터 참가하여 연승을 기록했다. 세계에 ‘기술한국’을 자랑했다. 기술의 나라 독일조차 우리에게 밀렸다.

어찌된 일인가? 이번에 2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은 언론에서 관심 밖이었다. 잠시 되돌아본다.

1970년대에 정부는 ‘중화학공업정책’을 선언했다. 정부, 기업, 학계 등 역량을 모아 참여했다.

철강공업 부문, 비철금속, 기계공업, 전자, 화학공업, 거기에다 인력개발이 포함됐다.

철강기지(基地)는 포항에, 비철금속( 동, 아연)은 온산에, 기계공업기지는 창원에, 전자는 구미지역에, 그리고 화학은 여수에 전진기지를 건설하여 ‘산업혁명’을 이룩했다.

중화학공업을 육성하는 데 있어서 ‘인력개발’은 선결 과제였다. ‘단순 목수를 기능공으로 양성하자’는 뜻이다.

당시 정부는 기능인, 기술자를 집중양성하기 위하여 실업계 고교, 대학을 선정, 파격적인 지원을 쏟았다.

바로 특성화 공고, 특성화 대학이 탄생했다.

성동기계공고, 금오공고, 부산기계공고 등 학교에 우수교사 배치, 과학시설비 지원, 병역혜택 등 여러 부문에서 배려했다. 그 결과 청소년 기능인들의 참가하는 기능올림픽대회에서 한국 선수단은 기량을 발휘했다.

종합우승은 당연한 결과였다. 이들은 졸업 후 산업현장에 투입되었다. 제조업은 잘 돌아가고 수출한국의 첨병으로 대우받았다.

종합우승을 차지하고 귀국하는 김포공항은 환호로 가득찼다. 광화문에 이르는 도로변에는 태극기가 물결처럼 이어졌다.

나는 70년대 중화학 정책을 추진하는 부서에서 그 광경을 목격했다.

이러한 성과는 과거 우리나라를 공업이나 기능 면에서 후진국가로 평가하던 세계인의 시각을 일신케한 경이적인 일이었다. 1973년에는 기술인력의 사회적 지위 향상과 경제개발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국가기술자격법’이 제정되었고, 기술사, 기능장 등이 배출되었다. 그들에겐 긍지가 있었다.

이번에 단골 우승하던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중국에 우승을 내주고 우리는 2위로 내려앉았으니 우울하다.

아무리 기계화, 자동화, 인공지능이 개발되는 시대에 기능 기술이 뭐 대단할까 하지만 산업현장의 말단에서는 숙련된 기능인이 감각과 손 기술로 다듬어 나가는 가공 단계가 필요하다.

그들의 손에서 기술이 농축되고 직접 수출전선에 나서는 그러한 기업이 살아나야 한다.

어느 날 지인이 운영하는 경기도 안산 중소기업공장을 방문했다. 현장에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았다.

그들에게서 기술한국의 내일을 기약할 수 있을까? 어쩔 수 없이 고용해야 하는 현실에 안타까운 심정이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현상속에 기능대회에서 종합우승의 영광을 되찾기엔 요원할 것이다.

뿌리기술이 흔들리면 대기업도 흔들린다.

제조업 기초기술이 뒤지기 시작하면 거대 중국에 한국기술은 밀릴 것이다.

차회 기능올림픽대회에서 한국청소년 기능인들의 종합우승을 기대하면서….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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