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협정(FTA) 바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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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11.13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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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영 한국무역협회 제주지부장

[제주일보]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도내 농가들의 인식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외국 농산물이 싸게 들어오면 제주농산품이 가격경쟁력에서 밀려 팔리지 않고 결국은 농가에 피해를 준다는 경제적 관점보다는 수입 자체가 안 된다는 입장이 더 강한 것 같다. 수입국에서 관세를 낮춰주는 FTA를 활용해서 한국 제품을 지금보다 더 많이 수출해보자는 생각은 여기에서는 사치스러운 개념이다. 수출을 안 해도 우리 제품은 내수만으로 충분하기에 굳이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FTA가 필요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육지와 중국 관광객들의 제주제품 선호도가 높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50여 개국과 협정을 맺으면서 FTA는 전국적으로 일반화되어 있다. 도민들이 생각하는 FTA 피해 개념에서 가장 부정적인 나라는 중국이다. 한‧중 FTA 협상기간동안 많은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던 것으로 기억된다. 제주도는 당시 감귤, 감자, 양파, 마늘, 양배추, 무, 당근, 브로콜리 등 농산물 8개와 양식광어, 갈치, 참조기 등 수산물 3개를 개방해서는 안 된다고 했고실제로 양허제외품목에 포함됐다. 제주 농가입장에서 다행스러운 결과였다.

FTA로 인해 제주 농가들이 직접적으로 입은 피해를 얘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수입관세가 낮아져서 제주 농산물과 경쟁할 외국 농수산물이 대거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최근 10년간 농림수산물 평균 수입액은 7900만달러로 전체 평균 수입금액 2억6000만달러의 30%정도이다.

이 금액 중 FTA때문에 제주 농가가 피해보는 품목은 찾기가 어렵다. 오히려 제주특산품을 생산하는데 쓰이는 것들이다. 백합과 양파의 종자, 사료용의 옥수수와 어류, 유박, 어분 등이다. 나머지는 주류, 담배, 초콜릿, 로얄제리 등 소비재다. 중국에서 수입되는 품목은 전분과 당근 정도인데 이는 FTA 이전부터 들여오던 품목이다.

통계에서 보듯이 FTA로 인한 제주 농수산물 피해를 단정하기는 이르다. FTA가 제주 농수산물에 피해준다는 막연한 선입감을 가져서는 안 될 것이다. 수입은 소득수준 향상에 따른 국내 소비자들의 구매 내지 소비 패턴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싸다고 해서 무턱대고 수입하는 수입업체는 없다. 소비자가 사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농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예전 같지 않음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자유무역주의에 힘입어 성장해왔다. 1960년대 자유무역에 기초를 둔 GATT에 가입하여 최혜국대우를 받아 세계 여러 나라에 수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원자재를 수입하고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방식을 통해 괄목할한 수출성장을 이뤘다. 이는 경제성장으로 이어져 오늘날의 한국을 만든 것이다. 1990년대부터는 WTO로 전환되고 자유무역의 혜택을 계속 받았다. 한마디로 한국은 GATT와 WTO의 최대 수혜국이었던 셈이다.

농산물과 서비스 등이 추가된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장기화되면서 두 나라간 관세철폐를 통한 자유무역을 위한 협정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것이 FTA의 출발이다. 과거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에 가입해 개도국의 혜택을 받고 여러 나라에 수출해왔던 한국은 난관에 부딪쳤다. 지역별 경제권별 FTA로 인해 한국은 관세혜택을 받지 못해 수출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다. 외환위기까지 겪은 한국은 경제체질을 강화하고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수출은 과잉 생산된 농산물을 해외에서 소비하게 함으로써 국내가격을 지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개방은 해외수준의 고품질 생산을 추진하고 수입제품에 대한 대응전략을 세울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비백신 돼지고기의 일본 수출을 명분으로 15년간 보호받아왔던 제주산 돼지고기의 최근 사태는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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