義死者(의사자) 정동일씨 경우와 동료의식
義死者(의사자) 정동일씨 경우와 동료의식
  • 뉴제주일보
  • 승인 2017.11.13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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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무릇 동료(同僚)라 하면 넓은 의미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 상호 의존하는 유대관계를 가진 우애있는 인간관계를 말한다. 이와 같은 동료 간의 연대감은 동일한 직업이나 직장 사회에서도 특히 가치와 사상, 생활환경·감정·사명감 등이 같거나 비슷할 경우일수록 더 두텁고 단단해진다.

그런데 우리사회에서 동료의식이 갈수록 옅어지고 있는 것은 산업화가 급템포로 추진되고, 전문화와 사회분업이 촉진됨에 따라 전통적 인간관계를 뒷받침해온 도의(道義)가 쇠퇴해진 까닭이다. 이로 말미암아 이 사회의 구석구석에서 각종의 병리적인 아노미 현상과 역기능·불신현상 등이 두드러지고 있다.

우리가 동료를 구하려다 숨진 고(故) 정동일씨(당시 32세)의 살신성인(殺身成仁)에 고개를 숙이는 것은 이 사회가 그런 때문이다.

제 몸을 던져 남을 구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그래서 유교에서도 살신성인을 ‘어짐’의 극치로 보았다. 동료를 위해 목숨을 버리면 이 보다 더 큰 사랑이 없음을 성경에서도 설파하고 있다.

정씨는 지난해 7월 7일 오후 서귀포시 표선면 토산리 남원하수처리장 제7중계펌프장에서 퇴적물 제거작업을 하던 도중 저류조에 들어간 동료가 사다리에서 떨어지는 것을 목격하고 구조를 시도했다. 하지만 정씨 역시 사다리를 내려가던 도중에 황화수소 급성 중독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0일 의사상자심사위원회를 열고 정씨를 의사자(義死者)로 인정했다. 의사자는 직무외의 타인의 생명, 신체 등의 급박한 위험을 구하려다가 숨진 사람을 뜻한다. 유족들은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상금 2억900만원(올해 기준)과 의료 급여, 교육·취업 보호 등의 지원을 받고 의사자는 국립묘지 안장 자격을 얻는다.

보건복지부가 정씨를 의사자로 인정한 것은 당연하고도 적절하다. 동료의 생명이 위태로운 돌발사고를 맞아 자신의 몸을 내던지는 일은 참으로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다. 정씨의 살신성인은 ‘나만 잘살면 된다’는 극도의 이기주의가 팽배한 우리사회에 값진 교훈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각종 작업 현장사고에서 번번이 지적되는 것이지만 이번에도 안전불감증이란 허점이 드러난 것은 유감이다. 어떻게 해서 독성 황화수소가 피어오르는 죽음의 저류조 속으로 두 사람의 생명을 몰아넣었는지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 우리 사회의 안전의식 내지 안전에 대한 가치관의 미성숙이 이런 후진국형 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 정씨의 희생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우리사회에 안전의식을 체질화하고 동료의식도 다시 키워내야 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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